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2.17 15:03 ㅣ 수정 : 2023.02.17 15:03
천안·온양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서 R&D 역량·중장기 전략 점검 "인재 양성·미래 기술 투자 조금의 흔들림도 있어선 안 돼” 당부 재계, 미래 선점을 위한 공격적 투자 구상을 위한 행보로 풀이 중소기업·협력업체·지방과의 미래동행 의지 반영됐다는 시각도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 아산 등 ‘현장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에는 천안·온양 반도체 패키지(반도체 칩을 전자기기에 부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공정) 사업장을 찾았다.
이재용 회장은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 및 R&D(연구개발) 역량과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직접 점검했다.
이 회장은 먼저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WLP(Wafer Level Package)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천안캠퍼스에서는 △경계현 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과 경영진 간담회를 가졌다.
이 회장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후 온양캠퍼스에서는 패키지 기술 개발 부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임직원들은 △개발자로서 느끼는 자부심 △신기술 개발 목표 △애로사항 등을 공유했고, 이 회장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천안·온양 캠퍼스 방문은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본 지 10일 만에 성사됐다. 특히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지방 사업장 방문 때마다 경영진은 물론 임직원과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의 연이은 패키지·QD OLED 등 지방 사업장 방문은 미래 선점을 위한 공격적 투자 구상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패키지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향후 10년 이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자산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확대해 나갈 수 있느냐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중대한 기술적 변곡점에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후공정’으로 불리는 패키지는 팹리스(설계)나 파운드리(생산) 등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게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간 ‘미세공정 경쟁’이 기술적인 난제와 비용 문제, 주요 IT 업체들의 독자 칩 개발이 맞물리며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지 역량은 반도체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운드리 선발 주자인 대만 ‘TSMC’는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해 패키지 기술에서 삼성전자에 앞서고 있다고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는 물론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라서려면 패키지 기술에서 도약이 반드시 요구된다.
반대로 QD OLED는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갖춰 압도적인 초격차를 유지해야만 하는 위치다. LCD에서는 이미 중국과의 기술격차의 벽이 허물어졌다고 평가되는 만큼 QD OLED가 미래 디스플레이산업의 핵심 승부처다.
재계 관계자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화권 업체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로서는 그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앞선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육성을 고려해 전략적인 행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협력업체·지방과의 미래동행·상생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방문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스마트공장, 삼성화재 유성연수원/SSAFY,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등은 지방 경제 활성화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들이기 때문이다.
지방사업장에 대한 투자는 해당 지방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의 활성화로 연결된다. 또 SSAFY를 통한 인재 육성은 지방 취업난 해소와 더불어 지방 기업이 SW(소프트웨어) 인재를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방에 소재한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모색하는 동시에 이와 연계한 지방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되는 이 회장의 ‘미래동행’ 철학의 구체적인 실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