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반도체 한파에도 감산에 눈돌리지 않는 이재용의 '야성적 충동' 빛난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2.01 05:00 ㅣ 수정 : 2023.02.01 11:46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전세계 주력업체 일제히 감산 카드 내놔
삼성전자, '반도체 어닝쇼크' 맞닥뜨린 가운데 투자 지속 의지 내비쳐
이재용 회장의 '야성적 충동' 돋보여...기업 투자가 경제발전의 원동력
삼성전자, 반도체 시황 약세를 미래 경쟁력 확보로 만들기 위한 노력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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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차세대 저전력 DRAM 'LPDDR5X' [사진 = 삼성전자/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도체 업계에 끝 모를 한파가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이 줄줄이 투자 축소 혹은 반도체 감산 카드를 꺼내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은 오는 2025년까지 최대 100억달러(약 14조22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줄이고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 20%, 설비 투자 30% 이상 축소하는 고강도 처방전을 내놨다. 

 

한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2위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는 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에 낮추고  중국 우시 공장 생산량을 10~20% 낮추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를 꺾고 반도체 매출 1위를 거머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강자 대만 TSMC 마저도 결국 올해 시설투자액을 지난해와 비교해 최대 11.8% 축소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전반에 번진 투자 축소 분위기에 지난해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한 삼성전자도 결국 무릎을 꿇게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어닝쇼크’를 맞닥뜨린 상황에서도 감산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반도체 투자를 지속한다는 기조를 지키며 위기에 전면대응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한파에도 감산 카드를 꺼내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위기에 맞서 야성적 충동을 발휘하는 기업인들은 투자를 촉진해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이에 따라 불황일수록 공격경영을 펼치는 기업가 정신이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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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 삼성전자]

 

■ 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21년 동기대비 ‘10분의 1 수준’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을 관할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20조700억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24% 축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27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이는 2021년 동기대비 96.9% 수준이다. 즉 영업이익이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해 겨우 적자만 면한 셈이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 영향과 고객사 재고 조정이 겹쳐 가격이 대폭 하락해 실적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양한 전자 제품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LSI’는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가 급감해 실적이 부진했다. 

 

다만 파운드리는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 덕분에 최대 분기 및 연간 매출을 거머쥐었다. 파운드리 사업은 첨단 공정을 주축으로 생산 능력을 늘리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전년 대비 이익이 늘었다.

 

이에 따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제기된 ‘삼성전자 반도체 감축설(說)’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쟁업체들이 연이어 투자축소·감산을 공식화하는 가운데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반도체 적자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결국 삼성전자도 감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끝나고 남은 잉여 CAPA(생산능력)과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산과 투자 감축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삼성전자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는 2024년 실적 개선 가능성 여부인데 이를 위해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경쟁업체보다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현금을 토대로 메모리 부문 다운사이클(하락국면)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며 “다만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고객사들과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려면 반도체 공급량 조절 등 약간의 긴장감을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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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사회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사진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핵심장비 제조사 ASML 본사를 방문했던 당시 이재용 부회장(왼쪽 두 번째) 모습. [사진 =삼성전자]

 

■ 삼성전자, 예상 뒤엎고 “반도체 인위적 감산” 없다 기조 유지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으로 소비자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악화 우려가 커졌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도 재무건전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이어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좋은 기회라고 여겨진다”며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계속 이어가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결론적으로 올해 카펙스(CAPEX,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감축설을 일축했다.

 

다만 반도체 생산 라인 재배치나 가동률 조정 등을 통한 자연적 감산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 부사장은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기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 영향은 피하기 어렵겠지만 길게 봤을 때 꼭 필요한 활동이어서 미래 성장 준비 차원에서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결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에 돌입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 기존 생산 계획을 유지해 온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올해도 반도체 시장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모두가 ‘감산 YES’를 외칠 때 나 홀로 ‘감산 NO’를 외친 삼성전자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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