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공개마다 어닝쇼크... 올해는 피로감 날릴까

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2.03 07:47 ㅣ 수정 : 2023.02.03 07:47

증권사들, 지난해 영업익 반토막...증시 침체·금리인상·부동산 PF 원인
현재 9개 증권사 실적 공개...메리츠증권만 영업익 증가에다 1조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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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결산 실적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 가운데 현재까지는 전반적으로 어닝쇼크(실적충격)를 냈다.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이 결산 실적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 가운데 현재까지는 전반적으로 다수가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면서 앞으로 나올 증권사들의 실적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시장 침체에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가 겹쳐, 증권사들 실적 타격은 줄줄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난해 잠정 실적치를 발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현대차증권·다올투자증권·SK증권·한화투자증권·한양증권 등 9개사다. 

 

이중 메리츠증권을 제외하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게는 20%대에서 많게는 90%대까지 감소했다. 

 

메리츠증권(008560)은 지난해 1분기부터 리스크 관리에 잘 대응해오면서,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1조 클럽 문턱에서 탈락한 메리츠증권이 1조 클럽 입성한 5개 대형사를 제치고 단독으로 왕좌에 오르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국내 증시가 활황이었던 2021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곳은 미래에셋증권(1조4858억원)·NH투자증권(1조3167억원)·삼성증권(1조3111억원)·한국투자증권(1조2889억원)·키움증권(1조2088억원)이었다. 

 

업계 1위였던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3.1% 감소한 8459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고객이 글로벌 우량자산에 투자해 자산을 축적하도록 시장 상황과 고객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증시 부진으로 해외물 위주로 수익이 감소했지만 실적 변동성은 어느 정도 관리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005940)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5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59.7% 감소해 반토막 났다. 

 

회사는 침체한 시장환경 아래 IB(기업금융) 수수료 수지는 전 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향후 이미 확보한 딜 수행 및 신규 딜 추진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을 약속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시장금리 하락에도 채권 포지션 축소로 트레이딩 손실에 비해 회복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도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으로 기록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증권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786억원으로 55.8% 줄어들었고, 현대차증권(001500)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1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 낮아졌다.

 

다올투자증권(030210)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28% 줄었고, SK증권(001510)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4억6308만원으로 무려 97.1% 급감했다. 

 

한화투자증권(003530)과 한양증권(001750)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483억원과 371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68.0%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하나같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지목했다. 

 

이로 인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금융상품 판매, IB 부문 등 수수료 수익이 감소했고 운용 관련이자 수익, 증권 여신, 예탁금 관련 이자 수익 등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로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가 감소했다“며 "국내외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자기매매 관련 운용이익이 감소하거나 손실 발생으로 증권사들 실적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동성 위기 등이 올해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며 "추세적 상승은 지켜봐야하지만 문제는 금리인 것 같은데 금리만 더 오르지 않는다면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은 아직 남아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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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증권은 어떻게 영업이익 1조원 거뒀나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금리 상승과 증시 부진, 부동산시장 침체 등 여러 악조건 속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대다수 증권사 실적이 반토막 또는 그 이상까지 났음에도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9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당기순이익은 8280억원 5.8%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트레이딩 부문에서 선제적으로 금리 상승에 대비한 것이 영업이익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선제적으로 보유 채권 만기(듀레이션)를 축소하고 국채선물 매도 등을 통해 헤지(위험 회피)에 나서면서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다.

 

여기에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서도 IB 부문에서 리스크 관리와 선별 투자를 통해 양호한 성과를 냈으며, S&T 부문에서는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포지션 관리 및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견조한 수익을 거뒀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5조69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75억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무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은 12월 말 기준 1684%로 257%포인트 상승했으며, 레버리지비율은 22%포인트 감소하며 개선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모든 사업 부문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어려운 영업환경속에서도 차별화된 수익 창출 능력과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올해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그룹 시너지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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