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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84)

수출대상국이 요구하는 새로운 방산수출 방식에 부합된 방산지원제도 시급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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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1.17 10:31 ㅣ 수정 : 2023.01.17 10:31

절충교역 이행 지원 관심 갖고, 현지생산·기술이전에 적합한 수출허가 및 기술보호체계 필요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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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한-UAE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해 방산수출이 수주기준 17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도 호주, 노르웨이, 이집트, 말레이시아, UAE 등에 우리 주력 무기체계 수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전망은 밝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UAE를 국빈 방문해 3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전략적 방산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대통령실에도 방산수출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11일 연두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에게 “방위산업이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선도하고 국가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방산수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세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방산수출 확대-방산기반 강화-첨단전력 건설’의 선순환 구축 전략과 범정부 지원 및 포스트세일즈 강화 등 지원계획도 함께 보고됐다.

 

정부, 수출절충교역 이행 관련 업체 애로사항 해소할 지원역량 갖춰야

 

일각에서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발표 기준 세계 8위인 우리나라의 방산수출국 순위가 조만간 5위권 이내로 진입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바야흐로 건국 이래 K-방산의 최고 전성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방산업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와 같은 역대급 수출 성과에 마냥 기뻐하기에는 이른 감이 든다.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UAE 등 주력 수출대상 국가들이 절충교역이라고 불리는 제도를 적용해 수입금액에 상응하는 금액의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70% 이상, UAE도 최소 수입금액의 60% 이상을 이행해야 한다. 급증한 방산수출 성과 이면에는 수출업체의 수출절충교역 이행 부담도 덩달아서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해 5월 23일 [방산 이슈 진단 (70)]에서 지적한 대우조선해양의 노르웨이 이행 차질 사례뿐만 아니라 국내업체가 수출절충교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애로를 겪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방산수출 성사에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으나 수출 성사 이후 우리 업체가 수출대상국이 요구하는 반대급부를 이행하도록 어떻게 뒷받침할지에 대해 소홀한 결과이다. 

 

다행히 지난해 대규모 수주 계약이 체결된 폴란드 방산수출 건은 워낙 폴란드 정부가 다급해서 수출절충교역 이행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수출대상국의 반대급부 요구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방산수출 4대 강국 도약에는 상당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절충교역 이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열린 ‘방산정책 심포지엄’에서 ‘방산수출지원제도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업체가 방산수출 성사 이후 절충교역 이행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가칭)수출산업협력 지침을 별도로 제정하고 방사청 등 관계기관 내 관련 전담조직을 운영하는 등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수출방식에 적합한 수출허가제도 및 기술보호체계 마련 시급

 

최근 방산수출 양상을 살펴보면, 제조업 기반이 상당 부분 갖춰져 있거나 자국 방위산업을 육성하려는 수출대상국들이 많아지면서 기술이전은 물론 현지생산, 자국산 부품 우선 적용 등을 요구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수출이 성사된 폴란드와 호주에 K-2 전차,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수출품을 현지생산하기 위한 거점이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방산수출은 무기체계를 일부 개조해 국내에서 생산한 후 수출하는 물자수출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수출허가제도도 물자수출 관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출계약 이전에 현지업체에 기술자료를 제공하거나 신속히 기술을 수출해 수출대상국 요구를 충족해야 하는 최근의 방산수출 방식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호주 수출용으로 개발된 ‘레드백’ 마케팅 경우에도 기술자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못해 해당업체가 애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호주뿐만 아니라 인도, UAE, 사우디 등 주요 수출대상국도 모두 자국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현지생산과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시장도 완성체계 수출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최근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한미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미국업체에게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출 경험이 많은 체계업체 관계자들은 “현지생산과 기술이전을 전제로 수출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이에 맞는 수출허가제도와 기술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형곤 센터장도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다수의 해외 거점을 운영하는 것처럼 방위산업의 고도화와 방산업체의 글로벌 거점 확대는 불가분의 관계”라면서 “국내업체가 글로벌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금 및 법률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 성장 환경 마련 및 글로벌 시장 진출 뒷받침해야

 

수출대상국의 현지화 요구에 따라 현지업체 또는 제3국 업체와의 개발·생산 협력이 확대되면 국내업체가 생산하던 품목 중 일부는 해외업체 품목으로 대체된다. 동일한 무기체계라도 내수용과 수출용의 공급망 구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방산수출 규모가 증가해도 국내업체로 귀속되는 이른바 낙수효과는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수출국 현지에 마련된 생산거점에서 제3국 수출을 위한 무기체계 생산이 이뤄지거나 아예 내수용 방산부품·장비까지 현지에서 생산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폴란드도 한국 무기체계의 유럽 수출을 위한 생산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을 보더라도 안보적 측면에서 해외에 우리 무기체계의 생산거점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방향이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 협력업체로 참여해온 수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정홍용 前 국방과학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완성체계 수출에서 탈피해 부품·구성품을 개발·생산하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수입 부품의 국내생산에 초점을 맞춘 현행 부품국산화 제도를 기술 국산화 위주로 재편하여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계속 성장하는 방산 부품산업 환경을 마련하고, 우수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는 것이 최근 방산수출 양상 변화에 따른 주요 현안과제로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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