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80)] 기대되는 방사청의 신속획득 프로세스, 전문가 보완 의견 반영한 제도 정립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2.11.15 14:18 ㅣ 수정 : 2022.11.15 14:34

사전개념연구 업체 의견 반영, 시험평가 심층 논의, 대상 사업 범주 확대, 후속양산 보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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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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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열린 ‘무기체계 획득 프로세스 혁신 토론회’에서 엄동환 방사청장이 환영사를 통해 방사청이 제안하는 신속획득 프로세스 혁신안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드디어 신속획득 프로세스의 시안을 내놓았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방사청이 공동 주최한 ‘무기체계 획득 프로세스 혁신 토론회’에서 한경수 방사청 방위사업정책국장은 ‘국방혁신 4.0 이행을 위한 Fast-Track 설계방안’을 주제로 이 내용을 발표했다. 

 

방사청은 그동안 신개념기술시범(2008년)으로 시작해 신속시범획득(2020년)과 신속연구개발(2021년) 등 민간 첨단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위한 제도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기존 획득체계의 틀 내에서 도입된 이 제도들은 신속획득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신개념기술시범사업은 2020년 폐지됐고, 신속시범획득사업도 시범 이후 소요와의 연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사청, 신속획득사업(한국형 MTA)과 신속시범사업 등 2가지 제시

 

방사청이 이날 제시한 ‘Fast-Track’은 ‘신속획득사업(한국형 MTA)’과 ‘신속시범사업’ 등 2가지로 요약된다. 신속획득사업은 5년 이내 전력화가 가능한 미국의 MTA(Middle Tier of Acquisition) 즉 중간단계 획득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고, 신속시범사업은 기존의 신속시범획득 및 신속연구개발사업을 통합해 장점은 살리되 단점은 보완한 것이다. 

 

한국형 MTA로 불리는 신속획득사업은 소요에 기반한 새로운 획득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것으로서, 민간의 성숙된 기술이나 입증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신속소요를 신설하고, 사업추진방법에 따라 2년 이내에 시제품 제작 후 시험평가를 거쳐 5년 이내 전력화하는 ‘신속시제개발’과 6개월 이내에 개조·개발 후 시험평가를 거쳐 5년 이내 생산하는 ‘신속전력화’로 나눠 진행된다. 

 

신속소요는 6개월 이내에 사전개념연구를 완료하고 각 군이 소요제기를 하면 합참은 1개월 이내에 소요를 결정한다. 선행연구와 소요검증은 생략하며, 사업타당성조사 최소화를 위해 총사업비 1000억원 미만으로 소요검토 및 물량을 조정한다. 소요 결정 후 1년 이내에 업체 선정 및 협약을 체결하며, 대상 사업은 무기체계 성능개량, 2가지 이상 무기체계 기능 통합, 업체가 자체 개발한 시제품 전력화 등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첨단기술의 신속도입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도록 기존 소요와 별개로 신설(방위사업법 제15조의2 추가)하며, 기존 소요결정 단계에 연동된 선행연구, 소요검증 등 다양한 절차에 대한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5년 이내에 군 운용 가능한 수준의 시제개발 및 전력화가 가능한 경우로써 총사업비 1000억원 미만 사업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신속시범사업은 군 시범 운용을 통한 혁신적 소요를 창출하는 것으로서, 소요결정 이전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범 운용 간 성능입증시험을 통해 성능·운용성을 평가한다. 이어 국방과학연구소가 소요제기서를 작성한 후 3개월 이내 각 군이 소요를 제기하면 합참은 3개월 이내 긴급소요로 결정하고, 최초 전력화 사업에 한해 참여업체의 수의계약을 보장한다.

 

전반적인 방향성과 필요성 공감…일부 전문가 제기 문제 보완 필요  

 

방사청이 제시한 2가지 Fast-Track 내용과 관련, 미국의 MTA 도입을 주창한 산업연구원 장원준 박사를 비롯한 방산 전문가들은 특히 ‘신속획득사업’의 전반적인 방향성과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방사청이 기관·업체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4월을 목표로 추진하는 관련 법령 개정이 계획대로 이뤄지길 기대하면서 추가 보완이 필요한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각 군이 의뢰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하는 ‘사전개념연구’에 업체의 의견을 반영할 창구가 불명확하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무기체계 개발 및 성능개량 소요는 업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군과 ADD 중심의 Top Down 방식에 업체의 성능개량 의견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Bottom Up 방식을 추가하는 쌍방향식 사전개념연구가 필요하다. 

 

둘째로 시험평가 수행을 누가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시험평가 핵심항목 선정과 성능 일부 미충족 시 소요 수정 과정에서 방사청과 합참 시험평가 부서 간 의견이 상이할 경우 해결 방안이 없다. 현재 방사청이 무기체계 시험평가 제도 개선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인데 신속획득사업의 시험평가도 여기에 포함해 심층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로 대상 사업이 성능개량, 기능 통합, 시제품 전력화 등으로 한정돼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와 진화적 개발사업이 일부 제외될 소지가 있다. 미국·독일 등의 신속획득제도와 비교하여 대상 사업의 범주를 넓히되 향후 성능개량,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 진화적 개발 등을 하나로 묶어 전통적 획득 방식과 구분하거나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를 위한 별도의 획득 방식도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로 신속획득사업에 참여한 업체의 후속양산 보장이 시안에 언급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미국은 2015년 국방수권법 개정을 통해 신속시제품 개발의 경우 경쟁 방식으로 선정된 업체가 개발에 성공하는 등 조건에 충족하면 수의계약 형태로 후속양산을 보장한다. 이처럼 우리도 업체가 양산 가능성을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외에도 1000억원 미만 사업을 권장함에 따라 대규모 사업은 추진하기 어려운데, 진정한 한국형 MTA로 자리 잡으려면 장차 대규모 획득사업이 가능한 예산 확보와 함께 사업타당성조사 면제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의견들이 방사청의 검토 과정에서 적절히 반영돼 한국 실정에 적합한 신속획득 프로세스가 조만간 정립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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