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76)] 소프트웨어 기반 국방 연구개발 가능하려면 ‘방산 클라우드 도입’ 시급히 추진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2.09.14 09:45 ㅣ 수정 : 2022.09.14 09:45
방진회가 지난해 연구과제 통해 해답 얻어…이제 방위사업청이 정부 혁신 일환으로 나서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올해 1월 발간한 ‘2021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서’에 따르면 한국의 방산분야 종합기술점수는 미국(100점)을 기준으로 2015년 81점, 2018년 80점, 2021년 79점으로 계속 하락 중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 방산업계의 해외수출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국방혁신 4.0’을 추진하면서 그 개념을 “AI·무인·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 기반의 핵심 첨단전력을 확보·운용하고, 이를 위해 국방연구개발(R&D)·전력증강체계, 국방과학기술, 군사전략 및 작전개념, 군구조·운영 등 국방 전 분야를 재설계·개조하여 경쟁 우위의 AI 과학기술강군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 신기술은 대부분 ‘소프트웨어’로 방산 클라우드 도입이 정보보호 해답
그런데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민간의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은 대부분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이를 군이 신속히 수용하려면 획득 방식의 과감한 법적·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군·산·학·연, 정부 부처 및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력 등 국내외적으로 개방적인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체계의 구축은 방산보안의 패러다임을 ‘망분리’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해야 가능해진다.
클라우드 전환을 가로막는 것은 결국 정보보호 대응 문제로 귀결되는데,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해킹 사고 이후 한국방위산업진흥회는 정보보호 대책을 찾기 위해 관련 세미나와 연구과제 수행 등을 통해 해법을 찾았고, 보안이 강화된 방산 클라우드 도입이 유일한 길이란 답을 얻었다. 하지만 그 이후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연구과제를 수행했던 한희 고려대 교수는 “미국 국방부의 타당성 연구결과에 의하면, 클라우드 기반의 구조가 정보보호에 더 유리하고 비용도 상당히 절감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지금처럼 방산업체들이 제한된 인력을 갖고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정보보호의 품질보다 클라우드 기반 구조로 통합했을 때 더욱 효과적임을 미군이 직접 사용하며 증명하고 있다.
방산 클라우드 구축에 있어서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망분리 시스템이다. 망분리 시스템은 과거 소규모 네트워크와 개방형 협력이 제한되던 시대에는 유용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지금 같이 모든 것이 연결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진화적 개발과 혁신을 저해하는 시스템이 됐다. 결국 최근 금융권에서조차 망분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 소프트웨어 개발자, 개발 환경 문제로 이직 빈번해 방산업체 기술력 저하
그 이유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첨단 신기술의 경우 소스코드가 공개된 ‘오픈소스’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github)’는 인터넷 기반 하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모든 수단과 환경들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고, 개발 진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상호 협업과 개선 보완 작업이 이뤄진다.
이런 개발 환경을 만들 때 하루면 끝날 일이 망분리된 상태에서는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개발 과정에서는 거의 매일 새로운 코드, 기능 개선, 버그 수정 등이 이뤄진다. 그때마다 필요한 수단에 접근을 차단하면 개발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으며, 개발자들도 이런 환경에서는 일할 수 없다면서 방산업체에서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인기 좋은 게임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우가 열악한 상태에서 어렵게 구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개발 환경의 문제로 떠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업무는 마비되기 마련이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도입은 요원해진다. 이는 방산업체의 기술력 저하로 직결되며 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을 가로막는 주요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
■ 방산 클라우드 협의체 만들고 보안 요구사항 반영된 클라우드 구축해야
한희 교수는 “초연결 사회의 업무 환경이 요구하는 정보보호 프레임워크는 망분리 구조 속에서 부분적인 사용의 편리성을 허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산된 망분리 구조를 하나의 단일 클라우드 기반의 방산정보시스템으로 통합해 클라우드 제공자가 정보보호 서비스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과감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IT 환경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부와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외부로 구분하고 외부에서 내부로 가해지는 위협을 차단하겠다는 영역 기반의 망분리 전략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통해 “시스템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정보보호 방향을 전환하는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을 권고한 바 있다.
방위사업청은 이러한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방산업체에 대한 정보보호를 망분리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인 네이버, NHN엔터, KT 등은 이미 공공 클라우드 구축 경험이 풍부하다. 따라서 방산업체들과 방산 클라우드 협의체를 만들고,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협력해 방위산업의 보안 요구사항이 반영된 클라우드 구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