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79)] 북한 미사일 막지 못하는 대함유도탄 기만체계, 해군은 ROC 변경하지 않은 채 함정 건조 및 성능개량 사업 왜 강행할까?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2.10.19 09:12 ㅣ 수정 : 2024.03.27 10:52

최근 호위함·고속정 건조는 물론 유도탄고속함 성능개량에도 새로운 기만방식 반영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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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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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에서 현재 성능개량사업을 추진 중인 유도탄고속함(PKX-A)이 해상에서 사격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 신형 미사일, Chaff 식별 기능 보유해 기존 기만체계로 대비 어려워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무-2C 낙탄사고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군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고보다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 도사리고 있다. 해군이 기존 함정의 대함유도탄 기만체계가 북한의 신형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작전운용성능(ROC)을 변경하지 않은 채 함정 건조 및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함유도탄 기만체계는 아군 함정 보호를 위해 적 항공기나 함정에서 발사된 대함유도탄을 교란시키는 체계로서 그동안 채프(Chaff)나 적외선(IR)을 방출하는 플레어(Flare) 등의 기만방식이 사용돼왔다. 일례로 머리카락 사이즈인 Chaff를 가득 채운 기만탄을 발사하면 Chaff가 사방으로 퍼져 공중에 떠돌며 레이더파를 반사시켜 함정의 허상을 만든다. 적 대함유도탄은 이 허상이 함정인 줄 알고 공격함으로써 진짜 함정은 안전해지는 원리이다. 

 

현재 우리 해군이 보유한 대함유도탄 기만체계는 MASS, K-DAGAIE, K-RBOC 등 3종류이다. 이 중 MASS가 가장 최근(2014년) 도입된 제품이지만 모두 Chaff 기만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중국, 러시아, 북한에서 개발된 신형 대함유도탄은 Chaff 식별 기능 및 MMW(millimeter wave) 레이더 탐색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해군이 현재 보유한 기만체계로는 기만 효과를 얻기 어렵다.

 

기존 기만체계 제조사들, 새로운 기만방식 적용한 최신 제품 이미 보유

 

따라서 신형 대함유도탄의 기능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만체계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 이미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나토 회원국과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대만 등이 새로운 기만방식인 코너 리플렉터(CNR), 광대역 리피터(Broadband Repeater) 기술이 적용된 기만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 해군이 사용 중인 3종의 기만체계 제조사들도 새로운 기만방식을 적용한 최신 버전의 제품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군은 대함유도탄 기만체계 ROC 변경을 추진하지 않아 현재 진행 중인 호위함·고속정 건조 사업은 Chaff 기만방식의 구형 기만체계가 도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지난 2020년 10월 11일 ‘북한 신형 미사일 막지 못하는 해군 대함유도탄 기만체계 전면 교체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문제를 다루었고, 이 기사를 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국정감사에서 해군에 이와 관련한 서면질의를 했다. 

 

신 의원 질의에 해군은 “현 운용 함정의 대함유도탄 기만체계 성능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했다. 그 후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유도탄고속함(PKX-A) 성능개량 사업은 최근 수행된 선행연구에서 ROC 문제를 인지했지만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Chaff 기만방식의 구형 기만체계가 적격 제품의 후보군 중 하나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군, 기만체계 취약점 인지하고도 ROC 변경 어렵다고 생각해 미추진

 

반면, 비교적 최근 전력화된 구축함·호위함 등 십여 척은 단순한 성능개량을 추진하는 ‘현존전력성능극대화사업’을 통해 지난 9월부터 독일 라인메탈의 MASS 최신 버전을 도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년 전에 전력화된 구축함·호위함 20여 척도 기술변경사업을 통해 지난해부터 프랑스의 DAGAIE 최신 버전을 도입 중이라고 한다. 해군이 한편으론 기존 ROC를 고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최신 버전의 기만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이중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대함유도탄기만체계의 취약점을 인지하고도 ROC 변경이 어렵다고 생각해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명확한 사안은 해군이 적극 나서기만 하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커지는 마당에 합참이 ROC 변경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문제를 알고도 좌시함으로써 해군이 구형 기만체계 도입과 관련한 비리 연루 오해를 받을 소지만 커진다.  

 

따라서 해군은 이제라도 대함유도탄 기만체계의 ROC 변경을 적극 추진해야 하고 국회 국방위원회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침 오는 21일 해군본부 국정감사가 계획돼 있다. 이 자리에서 국회 국방위원들은 해군의 입장을 묻고 향후 관련 사업들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해군은 천안함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대함유도탄 기만체계 전면 교체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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