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77)] ‘신속연구개발’ 및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 성공하려면 업계 의견 지속 수렴해 발전시켜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2.09.27 09:40 ㅣ 수정 : 2022.09.27 09:40

새로운 시험평가 방식 정착 및 신청기관에 업체 포함 등 일부 개선 소요 보완에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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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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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한국방위산업학회가 주최한 조찬 포럼에서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첨단무기체계 신속 전력화 및 글로벌 방위산업 육성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위산업학회]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9일 한국방위산업학회가 주최한 조찬 포럼에서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첨단무기체계 신속 전력화 및 글로벌 방위산업 육성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올해 ‘방위사업청 주요업무 추진 방향’을 소개하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얼마나 신속히 무기체계에 도입하는지가 전 세계적인 화두”라고 강조했다.

 

이날 엄 청장은 ① 첨단 무기체계 적기 확보, ② 국방 연구개발 4.0 추진, ③ 방위사업 뉴노멀 정립, ④ 방위산업의 국가대표 산업화, ⑤ 방산수출 확대 기반 구축 등 5개 분야 14개 업무에 관해 설명했다. 그 가운데 신속 획득과 관련된 업무는 ①번 분야의 ‘획득 패스트트랙 구축’이다. 그는 획득방법 간 연계 강화로 민간 첨단기술을 적용한 무기체계의 신속 전력화 방안을 2가지로 제시했다. 

 

엄동환 방사청장, 획득방법 간 연계 강화한 신속 전력화 방안 제시

 

첫째, 미래도전국방기술개발의 경우 기술 수준이 낮으면 중기소요에 반영해 체계개발을 거쳐 전력화하고, 기술 수준이 높으면 신속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긴급소요로 전력화한다는 것이다. 둘째, 운용 중인 무기체계의 경우 운용성 향상 및 개선이 필요하면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을 통해 전력화하고, 첨단기술을 활용해 운용개념 확장이 필요하면 신속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전력화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무기체계 성능개량 사업은 다른 획득절차가 없어 기존의 방식을 따르는데 이 경우 사소한 성능개량조차도 장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지난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현재 운용 중이거나 생산단계에 있는 무기체계의 개선 필요사항을 신속히 조치해 장비 성능, 품질, 운용성 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제정된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 업무지침’(방사청 예규 제744호)에 따르면, 대상사업은 운용환경의 현저한 변경이 없고 중대한 운용성능의 변경이 없는 단순한 성능개량, 총 사업비 200억원 미만, 계약 시작부터 계약 종료까지 24개월 이내, 시험평가 필요 사업은 36개월 이내까지 종결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추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올해 편성된 예산은 1789억원이며, 현재 69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범주를 넘어서는 성능개량의 경우 기존 획득절차를 준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엄 청장의 발표내용을 보면 신속연구개발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미국처럼 성능개량 사업은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 및 신속연구개발 사업으로 상당수 추진할 수 있다.

 

방산업체 시험 환경 및 성능개량 역량 살펴 제도 발전시켜야

 

방산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사청이 최근 개선한 제도들 가운데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획득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이란 평가가 나온다. 방산업계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다. 다만 신속연구개발 사업은 시험평가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며,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은 업체를 사업신청기관에 포함하는 등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신속연구개발 사업은 업체 자체적으로 개발시험평가 후 시범 운용을 통해 운용시험평가를 대신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즉 업체가 보유한 시험장비나 정부 공인인증기관의 시험장비를 통한 정량적 수치를 확인해 인정하되, 일부 제한된 시험은 군이 보유한 시험장비·시설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방식이 성공하려면 추진 과정에서 업체 의견을 지속 수렴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은 업무지침 상 사업신청기관이 국방부, 합참,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국직부대 및 합동부대, 방사청과 그 소속기관으로 돼 있어 방산업체는 제외된 상태다. 실제로 무기체계를 개발·생산 및 정비하는 과정에서 업체는 성능개량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술적 노하우 그리고 성능개량과 연관된 정비 데이터 등을 다량 보유하고 있음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사업신청기관이 아닌 방산업체가 이런 내용들을 제안하려면 정부기관 또는 소요군의 담당자를 만나 해당 내용을 설명하고 이들이 제안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업체와 생각과 입장이 다르거나 해당기관 또는 소요군의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업체의 제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정비 장비도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 대상에 포함 필요

 

게다가 현 업무지침은 무기체계(소프트웨어 포함)의 성능 및 기능 향상이 필요한 경우만 사업 대상에 포함돼 무기체계 성능 유지 및 운영에 필수적인 정비 장비들은 제외됐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더라도 정비능력이 무기체계 가동율 향상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비 장비도 사업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영후 前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정비에 문제가 생기면 무기체계 가동율이 떨어져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면서 “전장 5대 기능에 정비가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정비 문제가 대표적으로 드러났다”며 “정비를 잘하면 그만큼 무기를 더 보유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신속획득제도를 연구해온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사청의 최근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선진국 수준의 다양한 신속획득방식 신설이 아닌 기존 신속획득사업의 일부 개선이라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군 소요와 초기 단계부터 연계, 시범 운용의 시험평가 대체, 사업 성공 시 전력화 우선권 보장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 전문가들은 ‘신속연구개발’ 및 ‘현존전력 성능 극대화’ 사업이 향후 한국군 획득체계에 매우 의미 있는 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방사청이 끊임없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새로운 시험평가 방식 정착과 일부 개선 소요 보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두 사업이 선진국 수준의 신속획득방식 신설의 토대가 됨은 물론 방위산업의 미래를 약속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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