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경기도 공직 사회, '관행깨기'의 즐거움을 깨달아야

모도원 기자 입력 : 2023.01.13 18:15 ㅣ 수정 : 2023.01.13 20:35

김동연 지사의 '관행깨기', 정책 발굴과 고민의 장에 도청 직원의 참여 유도
과장들의 반응, 전문성 떨어지지만 실생활에서 착안한 다양한 정책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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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13일 경기도청 4층에 위치한 다목적회의실에 14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였다. 경기도청의 과장급 인사와 도 산하기관의 본부장·센터장들이 2차 워크숍을 가진 것이다. 지난 12일에도 140여 명의 과장 및 본부장 등이 1차 워크숍을 가졌다. 총 280명의 과장 및 본부장급 인사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한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실·국장과 기관장급 인사 78명이 한 차례 워크숍을 가지기도 했다. 해당 워크숍의 목적은 ‘정책 토론’이다. 도정을 추진하는 각 담당자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본인의 업무와 상관없는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연이은 워크숍은 최근 경기도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도청은 지난해 말부터 핵심 정책을 기초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이에 맞춰 관련된 강의를 수차례 진행하며 도청 직원들을 정책 발굴과 고민의 장에 끌어들였다. 

 

이와 같은 정책 관련 행사가 사내 방송으로 공유된 것도 효과적이었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도청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영상을 시청하면서 관심이 있는 정책이나 사업이 나올 때마다 몇몇이 모여 얘기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하기 전부터 관행 깨기를 줄곳 재창해왔다. 공직 사회의 갇힌 사고를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필요에 의한 정책을 발굴하자는 것이다. 지난 며칠간 이어진 워크숍과 레드팀 등은 모두 이와 같은 목적 아래 시행됐다.  경기도 공직사회의 관행깨기를 추진하겠다는 김 지사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행사들이었다. 

 

김 지사는 지난 달 28일 “1월 초에 실국장·기관장 워크숍과 과장급 워크숍을 하려고 한다. 과거와 같이 형식적으로 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기회를 통해서 자기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고 우리가 갖고 있는 틀을 깨는 일들을 조금씩 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럴 때 창의가 생기고 정책 시행에 있어서도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위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크숍의 결과나 반응은 긍정적이다. 경기북부지역에 위치한 DMZ의 자원인 먹는 샘물과 평화 이미지를 접목시켜 마케팅을 해보자는 제안부터 예산을 따로 편성해 직원이 원하는 사업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 퇴사율을 낮춰보자는 ‘Z맘대로 예산 조성’, 도정 핵심 사업인 ‘기회사다리’ 정책을 스케일업하는 ‘청년 참여형 기회펀드 조성’ 등 전문성은 떨어질지언정 내용 자체는 참신하다.

 

참여자들의 발표를 들어보면 정책을 제안하게 된 배경이 각자가 일상생활에서 느낀 문제점이나 스스로 겪은 사례라는 것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정책을 제안한 뒤에는 조별로 모여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워크숍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같은 과장이라도 한 테이블에 모여서 같이 토론할 기회를 가지는 것은 힘들다”라며 “보통은 사업을 전담하는 부서에서 검토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정책을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해 영역을 넓히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태생적으로 관료체제는 민간처럼 빠르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 공공성이라는 원칙에 집착하다보면 보수적인 태도로 흐르기 쉽다. 하지만 이번 경기도 공직자들은 일련의 워크숍을 통해 '갇힌 이미지'를 떨쳐내고 '가지 않았던 길'을 탐색했다.

 

그 탐색을 통해 경기도 공직자들은 '관행깨기'의 즐거움을 체험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그 즐거움이 김지사가 의도했던 기대효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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