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 운명 가를 변수 ‘금리‧규제’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화 긴축 정책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가 얼어붙었고 여기에 테라-루나 사태를 비롯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사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장의 신뢰도 크게 훼손됐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 또한 불투명하다. 다만 작년 시장을 옥죄던 금리 인상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고 안정성이 강화된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되면서 올해 가상자산의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금리에 묶인 코인...통화정책 전환 시점 주목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중심으로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식은 물론 각종 투자시장이 얼어붙었다. 특히 기성 자산보다 변동성이 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의 타격은 극심했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도 금리가 언제까지 오를 것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금융시장에서는 물가 상승 압박이 둔해지고 있지만 임금 상승 영향으로 올해 2분기까지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분기나 돼서야 미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석문 코빗리서치센터장은 12일 “올해는 금리 인상 동결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던 2019년과 유사한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 중에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안정을 찾음으로써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센터장은 올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현재 8000억달러 대비 1조에서 최대 1조5000억 달러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반면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극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의 운영사 크로스앵글은 ‘2023 가상자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예고된 경기침체에 따라 투자에는 참을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내년에 있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며 비트코인 가격도 재차 오를 수 있겠지만 인하가 신중하고 완만하게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플 소송’ 증권성 판단, 규제 리스크 기로
올해 금리 변동 만큼이나 변화폭이 큰 것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제도다. 작년 테라-루나 가격 폭락에 이어 FTX 파산까지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사건은 투자자보호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결국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본격화됐고 올해 그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올해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이벤트 중 하나가 리플과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소송 결과다.
지난 2020년 12월 SEC가 리플을 증권으로 보고 증권법상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며 시작된 이번 소송은 현재 약식판결에 대한 판사의 승인과 판결만 남았다.
이 소송의 핵심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증권성이 인정되다는 것은 현행 법률로서 규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SEC가 승소하면 리플 뿐 아니라 상당수 코인이 공시나 유통, 발행 등 이전보다 강한 규제를 받게된다. 반대로 리플이 승소하면 이 같은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같은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 판단은 아직 업법권이 마련되지 않은 시장에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달 금융당국이 내놓을 ‘증권형 토큰(STO)’ 가이드라인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부터 관계기관 합동으로 검토했던 가이드라인을 이달 열릴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형으로 분류된 가상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에 적용, 보다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 ‘기본법 제정’ 가시화, 제도권 편입 원년 되나
증권성 판단을 시작으로 각국에서 준비해온 기본법 제정도 올해 가시화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임박했다. 현재 국회에 정부안을 비롯해 14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증권형으로 분류되지 않은 가상자산들은 제정된 기본법을 통해 관리된다. 사실상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정부안을 비롯해 계류된 법안 대부분은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용자의 예치금과 고유자산을 분리해 관리기관에 신탁해 관리하고 준비금 적립을 의무화한다거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정준영 코빗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올해 시장 규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RFIA(책임있는 금융 혁신 법안), DCCPA(디지털상품 소비자보호법) 등의 법안이 발의돼 있고 각 법안의 내용 개정 및 통과 여부에 따라 증권성 판별, 디파이 등 프로토콜에 대한 규제,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에 영향을 미치고 시장의 변동성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법률이 투자자보호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규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작년 가상자산 업계 내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업계와 투자자 모두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한 해”였다며 “주요국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의 틀을 마련해 나간다면, 2023년은 관련 업계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 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