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새해 이벤트 일색…불황 속 '신규 개미' 잡아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새해를 맞아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거래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무작위 주식을 증정하는 등 이벤트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부진을 이어가며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세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년 맞이 이벤트로 중권사들이 개인 투자자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한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신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기간은 모두 오는 2월 말까지다.
신한투자증권은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웰컴 2023 신규계좌 개설 이벤트'를 진행한다. 해당 이벤트를 통해 신규 고객이 비대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S-라이트 플러스, 은행 제휴 S-라이트 계좌를 개설하면 온라인 국내 주식 수수료 혜택과 투자 지원금 쿠폰을 제공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자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스텝스(STEPS)'를 통해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이용자 중 선착순으로 무작위 국내주식 1주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 국내주식 거래 수수료 평생 혜택과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할인 및 환전 우대, 송금 무제한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웰컴팩' 이벤트도 병행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온라인 계좌를 최초 개설한 고객에게 투자 지원금을 지급하고 계좌 개설 이후 정해진 기간까지 국내주식을 일정 금액 이상 거래(매수·매도 포함)한 고객에게 추가로 투자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외에 온라인 신규 고객들은 국내 주식 거래 시 평생 우대 혜택을 제공받는다.
키움증권은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주식·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수수료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추가로 이벤트 기간 내 일정 금액 이상 입금 시 현금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또 미국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들에게도 투자지원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밖에 KB증권은 오는 3월 10일까지 해외주식을 최초로 거래하는 개인 고객들에게 해외주식 쿠폰과 거래액에 따라 해외주식을 제공하는 '2023년 신년 맞이 복주머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 신청 고객 전원에게 해외주식 쿠폰을 증정하고, 일정 액수 이상을 거래할 경우 해외주식이 들어있는 복주머니를 무작위로 증정한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가 지속되는 약세장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거래대금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세는 빨라져왔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위험자산선호도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KB증권은 지난해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 분기 대비 5.8% 감소한 13조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개인매매비중 하락에 따라 회전율이 4.7%포인트 줄고, 분기 평균 시가총액이 2.8%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투자자예탁금은 46조4484억원 수준으로, 2021년 말(67조5307억원) 대비 32.22% 감소한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출금하지 않은 자금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피크아웃(고점 뒤 하락세) 이후 긴축 속도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의 반등을 이끌었지만, 높아진 은행 예금 금리 등 안전자산 매력이 부각되며 위험자산 선호는 하락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특히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입법이 지연되며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는 주식자산에 대한 선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개인매매비중이 감소하면서 국내 증권사의 약정점유율이 하락했는데, 특히 개인매매 비중이 큰 키움증권의 약정점유율은 1.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해외 기술주들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안전자산 선호 증가 영향도 있어 해외주식 수수료 역시 감소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행사들은 업황에 관계 없이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인만큼 증권사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년 기념이나 신규 고객 유치 이벤트 같은 경우는 정기적으로 하는 이벤트여서 판관비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오히려 시장이 어려울 때 기회가 올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신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는 이를 유인 요소로 삼아 이벤트를 실시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