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증권가 토끼띠 CEO들 ‘탈토지세’ 발휘하나
KB·삼성·대신·신영·SK·한화證 CEO, 모두 1963년생 토끼띠
박정림·김성현 KB證 대표·장석훈 삼성證 대표, 연임 성공
올해 업황도 ’흐림’…위기 속 ‘탈토지세’·‘교토삼굴’ 펼쳐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을 맞아 증권가의 토끼띠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토끼는 예로부터 영리하고 민첩한 ‘영물’로 취급받고 있다. 이에 ‘탈토지세(脫兔之勢, 우리를 빠져나가는 날랜 토끼의 기세)’나 ‘교토삼굴(狡兎三窟, 지혜로운 토끼는 숨을 구멍을 세 개 파놓는다는 뜻)’과 같이 위기를 대처하는 의미의 사자성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조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증권 업황이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토끼띠 CEO들이 영민한 토끼처럼 탈토지세를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의 토끼띠 CEO는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공동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김신 SK증권 대표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1963년생이다. 지난해 임인년 범띠 CEO가 1974년생인 이은형 전 하나증권 대표 한 명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된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박정림 대표로 국내 금융업계 최초이자 현재까지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진 중 유일한 여성 CEO다. 박 대표는 1986년 체이스맨해튼 서울지점 입사를 시작으로 금융권 커리어를 이어왔으며, 현재 KB증권의 자산관리(WM)와 세일즈앤트레이딩(S&T), 경영관리, 디지털 부문을 이끌고 있다. KB금융그룹 총괄부문장도 겸임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박 대표가 비우호적인 환경에서도 WM자산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사업별 균형 성장과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는 등의 리더십을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
김성현 대표는 KB증권 내 기업금융(IB)과 홀세일, 리서치센터, 글로벌사업 등의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IB 4부문(DCM·ECM·M&A·인수금융) 실적에서 1위를 차지하며 ‘쿼드러플 크라운(4관왕)’을 달성하는 등 국내 IB 업계에 지속해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장석훈 대표는 1995년 삼성증권 입사 이래 인사와 관리, 기획 등 여러 직무에 걸쳐 30년째 삼성 계열 금융사에 재직해 정통 ‘삼성맨’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2018년 취임 직후 유령주식 사태에 따른 위기를 순조롭게 대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박정림·김성현 공동대표와 장석훈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연임이 확정됐으며, 특히 박정림·김성현 대표는 이번 연임을 통해 CEO를 5년 동안 역임해 KB금융 계열사 중 최장수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던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도 토끼띠 CEO다. 오 대표는 1987년 대신증권에 공채로 입사해 대신그룹에서 마케팅과 지점영업, 인사, IB 등 증권업 사업 분야 전반에서 30여년간 근무한 ‘대신맨’으로 칭해진다.
오 대표는 지난해 대신자산신탁을 통해 상장하려던 ‘대신글로벌코어리츠’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증권과 금융, 부동산을 아울러 대신증권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0년 취임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는 지난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WM부문과 IB부문 산하 조직을 신설·개편·확대하며 성장동력 확보에 힘썼다. 또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자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김신 SK증권 대표는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SK증권이 전우종 경영지원부문장을 대표로 선임하면서 김 대표와 전 대표가 각자 대표 체제를 꾸리게 됐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한화투자증권 최초 공채 사원 출신 CEO다. 2017년 7월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선임됐으며, 2019년과 2021년 총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김신 대표와 권희백 대표는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향후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주총회 전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대표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과 금리 인상 기조, 경기 침체 우려 등에 한동안 업황이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변화보다 안정감을 택하며 CEO를 유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는 몸을 움츠리고 내부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들도 변화나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정감에 무게를 두기 위해 CEO들을 연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CEO들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안정감 있는 경영을 이어가 앞으로 도약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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