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가 증권사들의 리테일 수익 감소와 보유 채권 가치 평가 절하를 일으켰고, 부동산PF의 부실 가능성을 키우고 있어 증권 업황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윤재성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과 자산시장의 전반적인 가격 하락은 증권 업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증권업 수익성 견인의 주요 부문이었던 위탁매매부문은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고객 예탁금과 신용융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하반기부터는 기업금융(IB)부문 수수료 수익과 파생결합증권 조기상환도 줄어드는 등 수익 창출을 위한 산업 환경이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증권업 실적은 올해까지 악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글로벌 신평사인 무디스도 한국 증권산업에 대한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무디스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구조화 채권 미상환 잔액이 많은 데다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가 큰 자산을 더 늘리면서 한국 증권사들의 레버리지 수준은 높아질 것"이라며 "현행 제도상 증권사들이 위험자산을 취득할 수 있는 여력이 상당해 증권사들의 위험 선호도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업황은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신평은 최근 신용등급이 'A-'인 케이프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단기신용등급을 정기 평가하는 과정에서 현재 수준의 장기 등급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등급 하향 가능성 증가 요인으로 영업 순수익 커버리지 115% 하회와 규제 기준 레버리지 8.5배 상회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케이프투자증권이 해당 조건을 일부분 맞추게 됐다.
케이프투자증권의 영업 순수익 커버리지는 2021년 말 160%를 웃돌았으나, 지난해 1분기 88%로 급락한 후 3분기 86%까지 내려섰다. 규제 기준 레버리지는 3분기 기준 8.1배로 기준치에 못 미졌지만 2021년 말(6.9배) 대비 크게 증가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2600억원 규모의 소형 증권사인 만큼 사업 기반이 취약한 데다가, 별도 지점 없이 본점 내 영업 부서만 두고 있다. 최근에는 구조조정을 통해 법인 영업과 리서치 부서의 운영을 중단했다.
또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유동성 부담까지 받으며 지난해 11월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A0' 신용등급의 SK증권이 나신평과 한신평으로부터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은 바 있다. 나신평은 당시 SK증권의 등급 전망 하향 조정의 이유로 △순영업수익 점유율 하락 추세로 인한 사업기반 약화 △별도 재무제표 기준 2개 분기 연속 적자 시현 등 수익성 저하 △IB 영업 확대 및 사업다각화 지분투자 과정 중 증가한 우발부채와 저하되는 자본적정성 등을 짚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업황 부진이 SK증권이나 케이프투자증권처럼 비은행계 중소형 증권사들에 더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재우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계열 지원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형사의 경우 영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며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유동성 호황기에 부동산 관련 우발부채와 브릿지론 투자 등 위험 익스포져를 공격적으로 확대했는데, 최근 유동성 리스크가 커져 사업부를 구조조정하는 등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