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마스 한파에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요동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올해 미국은 유례없는 따뜻한 겨울을 기대했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를 덮친 혹한과 폭설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잠잠하던 천연가스를 비롯해 에너지 가격에 큰 변동이 발생할 조짐이다.
CNN등에 따르면 미국은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중서부와 동부를 덮친 폭설로 홍역을 앓고 있다.
25일 오전(현지시간) 기준 악천후의 직격탄을 받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메인 등 미국 전역에서 27만여 가구 및 사업체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고 눈폭풍으로 정전된 가국는 한때 180만 가구에 달했다.
미국 중서부에 형성된 폭탄 사이클론으로 인해 사상자도 속출하면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이후 지금까지 20여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파는 그동안 내년 1월까지 특별한 추위가 없을 것이라던 기상예보를 뒤엎은 것으로 미국 내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의 가구들은 겨울철 난방의 대부분을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한파 때문에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천연가스 1월 선물가격은 이달초 100만 BTU당 5.3달러에서 지난 15일까지 6.9달러까지 급등하더니 지난 16일이후 급격하게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난주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천연가스 선물은 4.98달러로 마감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상한제 도입과 유럽 전역이 따뜻한 겨울을 맞이한 것이 가격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천연가스 선물 거래소인 TTF에서는 내년 1월물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1㎿h(메가와트시)당 97.9유로를 기록하는 등 100유로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천연가스 가격이 100유로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라며 “올여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천연가스가 연일 급등하면서 홍역을 앓았었다.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8월 26일 1㎿h 345.7유로까지 치솟는 등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산 의존도가 90%에 달했던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천연가스 사용량을 줄여나가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날씨까지 포근해지면서 올 겨울 천연가스 소비량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전역이 눈폭풍과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은 것은 향후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올릴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AP에 따르면 애틀랜타와 플로리다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크리스마스이브 기준 역대 최저 기온을 기록했고,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역시 최저치를 찍을 전망이다. 워싱턴 DC는 지난 1989년 이후 두 번째로 추운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했고, 뉴욕 역시 1906년 이후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따뜻한 유럽과 정 반대의 상황을 맞고 있는 미국의 기상이변이 에너지 가격에 어떤 가격변동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