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쓸 무기가 줄어든다” 탄약 소진 제롬 파월의 딜레마

정승원 기자 입력 : 2022.11.04 01:36 ㅣ 수정 : 2022.11.04 01:37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네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 단행, 속도조절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달리 파월은 "아직 갈 길 멀었다"고 말해 긴축의 고삐를 풀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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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했던 대로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6, 7, 9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해서 시장에 충격을 줄 쇼크요법을 동원한 것이다.

 

문제는 연준이 충격요법을 반복하고 있는데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시원하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3월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8%대를 뛰어넘었고 이후 6개월 연속해서 8%선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기록했던 9.1%와 비교하면 조금씩 수치가 내려가고는 있지만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네 차례 연속해서 단행한 것을 고려하면 물가지수는 요지부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연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데도 기대했던 효과는 생각만큼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쓸 수 있는 탄약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연준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직후 쏟아낸 발언들을 곰곰이 곱씹어보면 연준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엿볼 수 있다.

 

파월의 회견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긴축의 끈을 아직은 풀지 않겠다”로 압축된다. 시장에서는 11월 FOMC를 앞두고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향후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발언이 나올 것을 기대했었다.

 

파월의 발언은 이같은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가게 한 것이었고, 투자자들은 곧바로 패닉에 빠져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파월이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시장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때마다 파월은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이 대표적인 예였고, 지난 2일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파월이 긴축고삐를 쉽게 풀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인플레 기대심리를 확실히 가라앉히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네 차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고도 인플레가 쉽제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대심리까지 요동치면 연준이 쓸 무기는 갈수록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긴축이 몰고올 파장을 고려하면 금리를 끝없이 올릴 수는 없다. 이미 증시는 그로기 상태에 빠져 투자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고, 주요국들은 도미노처럼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월은 현재 다른 모든 변수를 배제한채, 오로지 하나, 인플레만 잡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다.

 

아직까지 미국경제가 체력이 괜찮다는 점은 파월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업률이 낮고 매달 적지 않은 신규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은 시장이 금리인상의 충격을 견디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실업률이 뛰고 고용시장에서도 심상치않은 조짐을 보인다면 그때는 파월도 본격적인 속도조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연준이 네 차례나 가장 센 무기를 휘둘렀음에도 인플레라는 적이 쓰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은 파월도 그렇겠지만, 시장은 공포심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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