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퇴출’ 시장침체 우려·질서 정립 기대 공존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인 위믹스의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 결정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위믹스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투자자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반면 유통량 관련 공시 기준 정립 등 장기적으로 시장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7일 위믹스 유한책임회사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 소속 거래소 4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을 상대로 낸 거래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닥사 소속 거래소들은 지난달 24일 위믹스가 공시한 유통계획과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어 투자자에게 피해 발생 우려가 있다며 상장 폐지를 결정했고 법원이 이 결정을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이번 재판부의 결정으로 위믹스는 거래소 4곳에서 8일 오후 3시를 끝으로 거래가 중단됐다. 투자자들은 출금이 지원되는 1개월여 동안 위믹스를 개인지갑이나 일부 해외거래소 등으로 이전해야 한다.
위메이드는 본안소송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통해 위믹스의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다시 다퉈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단 국내 주요 거래소 거래가 중지되면서 위믹스 투자자들의 손실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실제로 상장폐지 후폭풍을 컸다. 가상통화 시황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는 닥사 거래 중단 당일인 8일 70원대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2만8000원대까지 올랐던 위믹스 가치는 지난달 24일 닥사의 상장폐지 결정 직전 2200원대에서 재판부 기각 결정 직후에는 500원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한때 3조5000억원에 달했던 위믹스 시가총액은 700억원 내외로 주저앉았다.
업계에선 이번 사례로 유통량 공시, 상장폐지 기준 등이 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가 제도권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상자산 거래 지원에 관한 기준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상장 할 때 굉장히 신중해야하고 상폐를 할때도 어떤 기준이 필요하게 됐고 그 기준을 공개해야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정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닥사의 결정이 금융당국과 소통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이번 판결이 향후 가상자산 규제 방향성을 가늠하는데 주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재판부 기각 결정 전 은행회관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 직후 “닥사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과 소통하면서 관련 법령상 규정과 체계에 미흡하지만 일정 기준에 맞춰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그 기준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한번 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기각 결정으로 상장폐지 권한의 정당성 및 유통량 정의 등의 기준이 이전보다 명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거래소는 자율 규제라는 방식으로 시장을 관리해오다 보니 이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어 정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닥사의 역할 규정 뿐 아니라 상장폐지 과정에서 불거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 교수는 “이번엔 닥사의 결정을 거래소가 따랐지만 닥사는 민간 협의체에 불과하다”며 “거래소마다 정책이 다른 만큼 상장과 폐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닥사가 아닌 거래소들이 공개하고 적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을 통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개별 코인의 상폐 적절성 여부보다 이렇게 의사결정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면 앞으로 닥사의 결정을 신뢰하기 어려워진다”며 “닥사는 그야말로 자율규제를 위한 민간협의체이므로 국내 크립토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핀셋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향후 입법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