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내년 만기도래 채권 규모 36조…자산건전성 관리 필요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기준금리 상승으로 채권시장이 악화하면서 카드업계의 조달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내년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채권 차환금리가 과거보다 높아진 가운데 내년 차환 규모가 증가할 전망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조달환경이 악화하면서 조달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올해 4분기 들어 카드사의 신규발행채권과 만기도래채권의 금리차가 4%포인트(p)이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올해 10월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차입부채 잔액은 약 97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내년 말까지 37%(약 36조원), 2024년 말까지 63%(약 61조원)가량이 만기도래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기간 공격적인 자산 성장을 하면서 과거 대비 차환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2019년부터 2022년 3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한 차입부채 규모는 월평균 4~5조원 안팎이었으나 2023년 만기도래 예정인 차입부채는 월평균 6~7조원 수준으로 커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부터 장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올해 단기자금 발행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장기조달 난항이 이어지면 단기자금 차환물량이 기존 차환물량에 누적되면서 발행시장 내 수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각 카드사의 운용금리 전가력, 제반 비용관리 수준, 조달여건 변화 등에 따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상당수준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조달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저하될 전망인 만큼 업계의 다중채무자 관리에 집중해 방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7개 카드사의 올 9월말 기준 이들 카드사의 실질연체채권비율은 1.1%,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3.7%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대비 356.3%, 요주의이하여신 대비 73.9%로 높은 손실흡수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연체전이율이 올해 2분기 이후 '정상'에서 '2개월 연체'로 급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실질연체채권비율과 요주의이하여신비율 등 부실채권비율은 사후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연체전이율은 자산건전성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코로나19 기간 저금리를 바탕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한 데다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되면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과 재무융통성을 저하시키고 있어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저하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 연구원은 채무 3건 이상의 다중채무자가 카드사의 자산건전성 저하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5년(2017년~2022년 9월 말) 다중채무차주의 채무건수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카드론의 경우 채무 3건 이상인 차주의 연체율은 2.5%, 현금서비스의 경우 채무 3건 이상 차주의 연체율은 2.9%로 전체 평균 연체율 2.4%를 상회하고 있다.
하 연구원은 "잠재위험이 현실화되느냐, 아니면 잠재위험으로 남느냐는 각 카드사가 리스크 관리 방안을 어떻게 수립하고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내년 이후 카드사 실적에 이자비용은 상수, 건전성 관리는 변수"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달비용이 증가하면서 이자 부담이 커져 수익성 악화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서 저신용 차주에 대한 카드론 취급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차주를 중심으로 카드론을 운용해 부실 위험을 낮추고 있다"면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