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부담에 자동차금융 축소하는 카드업계…금리 올리고 취급 줄이고
금리경쟁력 내세워 車할부금융 점유율 높이던 카드업계
조달금리 상승에 대출금리도 '껑충'…캐피탈사보다 높기도
레고랜드 사태 등 채권시장 경색에 투자심리 위축
"당장 유동성 문제 없어…조달 다각화 방안 강구"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업계가 자금조달 부담 확대로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1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6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를 통해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80 신차를 구매(현금구매비율 30%, 대출기간 60개월)하는 경우 연 5.2~8.7%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지난 4월 연 2.3~4.1%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카드사별로는 우리카드가 6.4~8.7%로 가장 높은 금리(금리 상단 기준)를 적용하고 있다. 이어 △신한카드 5.6~8.6% △롯데카드 8.4~8.5% △삼성카드 6.5~7.2% △하나카드 5.2~6.5% △KB국민카드 6.2~6.3%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캐피탈사가 최저 3%대의 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카드사의 자동차할부 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카드사들은 그간 낮은 금리를 내세우며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을 공략해왔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주 수입원이었던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선 것이다.
카드사들은 우대금리는 높이거나 무이자 할부기간을 확대하는 등 마케팅을 벌이며 캐피탈사가 차지하고 있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을 공략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리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카드사들은 자동차 할부금리를 올리고 있다.
카드업계의 여신전문금융채를 발행해 사업자금 대부분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부담이 커지자 자동차 할부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초 여전채 AA+ 3년물의 금리는 2.420%로 출발했다. 여전채 금리는 지속적인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오르면서 이달 9일 6.030%로 나타났다. 올초와 비교해 3.610%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약 2.5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8일에는 6.078%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전채 금리가 높은 상황임에도 여전채 수요가 줄어들어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번복 등 이슈로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3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일부 여전채를 매입하고 나섰지만, 업계의 유동성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조달 위기를 맞은 카드업계는 자동차할부금융 신규 취급을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전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자동차할부 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와 무이자할부를 축소하는 등 수익 하락을 방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금리상승이 지속되면 조달 부담이 더욱 커지는 만큼 조달방안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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