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자’ 인뱅에 유독 잦은 전산 장애···고객 신뢰도 떨어진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1.23 07:41 ㅣ 수정 : 2022.11.23 10:38

카뱅·케뱅 잇따라 전산 장애 발생
대응 미흡에 금융 고객 불편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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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보기술(IT) 경쟁력과 높은 편의성 등을 앞세워 급성장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신뢰 훼손 문제에 직면했다. 잦은 전산 장애로 고객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응 과정에서 미숙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보안이 생명인 은행으로선 자칫 고객 이탈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융 시스템 운영을 위한 인력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카카오뱅크 이어 케이뱅크도 전산 장애···인뱅들 왜 이러나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8시 30분부터 18일 오전 4시까지 케이뱅크 앱 접속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앱 접속 뿐 아니라 결제·송금·입출금·가상자산(업비트) 거래 등 모든 금융 활동이 마비됐다.

 

케이뱅크는 서울 목동 데이터센터와 사옥 등에 직원을 파견해 조치했지만 정상화까지는 약 7시간 30분이 소요됐다. 장시간 전산 장애가 이어졌음에도 케이뱅크의 상세한 안내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산 장애 시간 케이뱅크 앱에는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구만 떠있었다. 먹통 이유나 복구 현황 등의 안내는 없었다. 전화 고객센터 역시 보이스피싱 및 분실신고에 대한 상담만 가능했고, 이마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케이뱅크는 공지를 통해 “장애 발생 원인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강화하겠다”며 “이용 과정에 겪은 불편 사항을 남겨 주면 최선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번 케이뱅크의 전산 장애는 일명 ‘카카오 사태’ 후폭풍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뱅크의 일부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 주요 금융 서비스는 정상 운영됐지만 카카오톡과 연계된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켰다.

 

■ 은행권 전산 장애 중 인뱅 비중 압도적···원인은 인력 부족?

 

주목할 만한 건 최근 인뱅 전산 장애 빈도다. 증권사나 카드사 등에서도 종종 전산 장애가 일어나곤 하지만 은행의 비중이 가장 높고, 특히 인뱅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전산 장애 중 은행은 27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은행 중 케이뱅크가 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뱅크 27건(3위)·토스뱅크 17건(5위) 등 인뱅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인뱅은 시중은행과 달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여·수신의 모든 업무가 앱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편의성·접근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각 약 800만명, 2000만명의 고객을 끌어모은 원동력이기도 했다. 

 

다만 IT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인뱅이 막상 IT 관련 사고에 대응하는 미숙한 모습은 고객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 카카오뱅크에 이은 케이뱅크 전산 장애 이후 커뮤니티 등에선 “인뱅을 믿어도 되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은 그 어느 분야보다 고객 경제 활동과 밀접하기 때문에 위험이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나도 신속하게 복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평소 대비를 얼마나 했고 전담 인력을 얼마나 배치했느냐에 좌우될 건데 인력 부족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100% 비대면’ 인뱅에 전산 장애는 치명적···"인식 전환해야"

 

비슷한 전산 장애라도 유독 인뱅에 더 많은 질타가 나오는 건 마땅한 대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앱 작동에 이상이 생기는 순간 고객의 금융 활동도 멈출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인뱅에 더 높은 수준의 전산 실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인뱅들이 IT 기업의 내실보다 외연 확장에 집중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 및 여·수신 확보 노력보다 금융 안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우선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 예방 뿐 아니라 적절한 피해 보상도 병행돼야 한다. 

 

이번 사태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등의 상황은 감지되지 않지만, 인뱅 업계에 신뢰 회복과 내실 다지기라는 숙제가 남겨졌다. 금융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안정성이 뒷받침되는 편의성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톡이야 10~20분 장애가 나도 살 수 있지만, 은행은 1분 1초만 장애가 나도 송금이 안 되거나 주식이 반대 매매될 수도 있다”며 “IT 기업·조직 문화는 (기성) 은행과 너무 다르다. IT 서비스와 은행 서비스는 근본적·질적으로 다르고, 요구되는 보안과 안정성이 다르다는 부분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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