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끝 모를' 합병 절차...이번엔 英 '유예 암초’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1.16 05:00 ㅣ 수정 : 2022.11.16 05:00

영국 경쟁당국 "유럽 화물시장 독점 우려"로 합병에 제동
연내 두 회사 통합 '불투명'...대한항공 "최종 결정 아니며 협의 지속"
CMA, 이달 28일까지 합병 승인·2차 심사 여부 결정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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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기업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회사가 모두 3분기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에 힘입어 해외여행이 점차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약 3조6684억원, 영업이익 83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4.7%, 91.3% 증가한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0.1%, 14% 늘어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1% 늘어난 2293억원으로 최근 6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실적 호조, 영국 경쟁당국 합병 유예 조치 그늘에 가리워져 

 

하지만 두 회사는 마음껏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영국 경쟁시장청(CMA, 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이 지난 14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유예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CMA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려면 해외 경쟁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이 합병하려면 기업 결합 신고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필수신고국’ 9개국과 향후 당국 조사 가능성을 고려해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신고한 ‘임의신고국’ 5곳 등 모두 14곳이다. 영국은 임의신고국에 해당한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필수·임의신고국 14곳 가운데 9곳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재 임의신고국 영국과 함께 필수신고국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5개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서울-런던 노선을 직항으로 운항하는 유일한 항공사다. 이에 따라 CMA는 두 항공사가 합병했을 때 항공권 가격이 오르거나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유예를 결정했다. 

 

다만 이는 최종 결정은 아니다. CMA는 대한항공 측에 이달 21일까지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이 담긴 추가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CMA 측은 해당 자료를 기반으로 이달 28일까지 양사 합병을 승인하거나 2차 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합병 불허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CMA가 요구한 서류를 제출한 후 조율을 통해 승인을 관철시킬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의 중간 결과 발표로 최종 결정은 아니다”며 “CMA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며 심사 과정 또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며 합병 유예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또 “CMA와 세부적인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할 것”이라며 “심사를 조속히 끝낼 수 있도록 향후 심사 과정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항공사 합병 2차 심사 들어가면 최종 승인 여부 불투명...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악화도 부담

 

CMA가 이번 추가 자료를 검토한 후 2차 조사에 들어가면 두 항공사의 합병에 따른 승인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만약 2차 조사 후 합병 승인 불허 결정이 나면 합병 때 런던 히드로공항과 연결되는 직항노선은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된다.

 

기업결합심사가 계속 지연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밝힌 지도 어느덧 2년여가 흘렀지만 그 사이 아시아나항공 재무사정이 계속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도 “환율이 너무 많이 올라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자본 잠식 상태”라며 “합병을 원활하게 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이 더 많은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석훈 회장은 “이는 합병 주체가 될 대한항공이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에 여객 수요 회복에 힘입어 6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은 1723억원을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 급등으로 외화환산손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강 회장 말처럼 이른바 ‘킹달러(환율 급등)' 현상으로 대규모 환차손에 따른 자본잠식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다행히 이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3분기 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1334억9334만원으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는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잠식이 커질 수록 대한항공과 합병했을 때 대한항공이 짊어져야 할 재정 리스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기업결합에 필요한 각국 경쟁당국 승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고 기업결합 절차가 길어질수록 직원들 피로도 역시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인수합병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미국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도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합병 불승인을 결정하면 두 항공사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이러한 결정이 향후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남은 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미국 승인을 얻고 합병의 '9부능선'을 넘을 수 있을 지 여부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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