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 코인 공포 확산...국내 거래소도 비상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신청으로 위기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은 FTX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루나-테라 사태에 이은 충격으로 거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FTX 사태 후폭풍...코인시장 쇼크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FTX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주의 한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연방 파산법에 따른 파산 절차인 챕터11은 파산법원 감독 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130개가 넘는 계열사가 포함된 FTX의 부채 규모는 최소 10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최대 500억 달러(약 66조원)이에 달한다.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다. 이번 파산 신청은 가상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FTX의 해킹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FTX는 파산보호 신청 직후 8천700억 원어치의 가상자산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해킹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나섰다. FTX 본사가 위치한 바하마 당국도 FTX의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FTX 파산 신청으로 투자에 나선 기관들의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이 대표적인 투자 기관으로 꼽힌다.
FTX 사태로 국내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TX의 파산이 최종 결정되면 거래소 자금은 모두 압류된다. 이에 미국 FTX에서 직접 거래를 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인덱스 등에 따르면 FTX 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규모는 1만명 이상이다. 개인의 FTT 등 FTX 관련 가상자산 투자 규모도 23억원 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기업의 경우 FTX에 자체 가상자산인 C2X의 코인거래소공개(IEO)를 진행한 컴투스의 피해도 우려된다. 컴투스가 처음으로 C2X를 판매한 곳이 FTX인 만큼 상당량의 코인이 FTX거래소에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거래소 파장 최소화 분주...신뢰도 방어 급선무
국내 거래소들도 FTX발 파장이 확산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FTX와 자산 등 연계 고리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FTX 사태로 인한 전반적인 가상자산 거래 침체로 수수료 수익 감소 등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국내 거래소들은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가 발생할 당시 침체기를 맞이하며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경험을 했다.
당시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데다 미국 긴축 통화정책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가상자산 투자 이탈이 가속화됐다.
가상자산 매매 수수료에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실적도 급감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가상자산 평가손실은 연결기준 1분기 153억원에서 2분기 372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위 빗썸도 올해 2분기 순손실 43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주요 5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구성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서둘러 시장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DAXA 회원사들은 지난 10일 공지를 통해 “최근 해외 거래소 및 관계사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자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며 “각 거래소에 맡겨 두신 투자자 여러분의 현금과 자산은 안전히 보관되고 있으며, 지급불능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FTX의 자체 코인 FTT를 상장해 거래하고 있는 인원과 코빗, 고팍스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오는 16일 일제히 거래 지원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FTX 사태로 인한 시장 불신과 이에 따른 전반적인 코인 시장의 투자자 이탈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거래 위축과 함께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도 거래소사업자들에게 부담이다.
FTX 사태 이후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FTX 사태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불투명한 자금운영과 투자자 자산 보호 미흡 등의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FTX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미 의회도 FTX 사태를 예의주시며 규제 강화 움직임이 무르익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은 루나-테라 사태 이후 업법권 제정 등 가상자산 제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 시장 기준을 참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우리 규제안도 글로벌 강화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회에서도 여야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보호를 목적으로 한 법안을 동시에 내놓는 등 규제 법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FTX 파산으로 FTT 등 관련 코인을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있을 순 있지만 국내 거래소 사업자들의 경우 FTX와 자산 연동성이 크지 않아 자산 손실 등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루나 사태때와 같이 투자자 이탈로 전반적인 거래 시장이 침체돼 수익이 감소될 우려가 있다. 또 이번 사태로 규제가 강화 분위기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