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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도입 앞둔 'SLB'…ESG 투자의 ‘대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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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우 기자
입력 : 2022.11.08 07:38 ㅣ 수정 : 2022.11.08 07:38

금융당국, 지난해 8월 SLB 중기 과제로 선정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신규상장 혜택 제공”
9월 시스템 구축됐지만…아직 국내 상장 ‘0’
“내년 본격화 전망…오남용 위험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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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금 시장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가운데, ESG채권의 유형 중 하나인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있다.

 

SLB는 이미 해외 시장에서 ESG투자의 주류로 자리한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도입하기 위해 여러 유관기관들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SLB가 기존 ESG 투자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발행기업의 지속가능 목표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목표 기준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도를 키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지난해부터 본격 논의된 ‘SLB’ 도입…아직 발행은 ‘0건’

 

8일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SRI)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ESG 관련 채권(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SLB)은 총 1555종목으로, 상장 잔액은 197조1268억원 규모다.

 

그중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행된 사회적채권의 상장 잔액은 155조9108억원 규모로, 전체 ESG 채권의 79.09%를 차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지속가능채권이 21조6460억원(10.98%), 녹색채권이 19조5700억원(9.9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SLB는 국내 시장에서 아직 한 번도 발행된 적이 없다.

 

SLB란 발행 단계에서 정의한 지속가능목표의 달성 여부에 따라 재무 및 구조적 특성이 달라지는 채권으로, ESG 관련 프로젝트가 아닌 ESG 목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ESG 채권과 차이가 있다.

 

발행기업의 ESG 핵심성과지표(KPI)에 기반한 지속가능성과목표치(SPT)를 설정해 달성 여부에 따라 채권의 금리가 변동된다. 예를 들어 SLB 발행사가 온실가스 배출을 일정 수준 이상 감소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을 때 이를 달성하면 보상으로 발행 금리가 유지되거나 내려가지만,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금리 상향 등의 벌칙을 받는 식이다.

 

기존 ESG 채권과 달리 발행 이후 정량화된 SPT를 측정해 평가할 때마다 금리를 조정하는 만큼, 그린워싱(위장 ESG)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 ESG 프로젝트와 연결된 비용이 비교적 낮은 산업군의 참여도 기존 ESG 채권보다 쉬운 편이다.

 

국내 SLB 도입은 지난해 8월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제4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친환경·포용·공정경제로 대전환을 위한 ESG 인프라 확충방안’을 발표했는데, 해당 방안에서 SLB 도입이 중기적 과제로 제시됐다.

 

이어 거래소가 지난 8월 ‘SLB 도입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지난 9월에는 SRI 채권 세그먼트에 SLB를 등록하는 등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당시 개회사를 통해 “기존 SRI는 적격 프로젝트가 있어야만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지만, SLB는 ESG 목표만 있으면 프로젝트 없이 발행할 수 있어 유럽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거래소도 발행 활성화를 위해 SRI 전용 세그먼트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규상장 수수료 및 연 부과금를 면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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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 첫 사례는 아직 ‘무주공산’…“내년부터 본격화될 것”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ESG 채권을 비롯한 채권 시장 전반이 위축된 데다가, SLB를 처음 발행할 경우 시장으로부터 받게 될 관심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등의 이유로 아직 국내 첫 발행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지난달 3년물 공모채 20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채권을 SLB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불안정한 회사채 수급과 아직 국내에 생소한 SLB 개념 등을 고려해 검토안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사례도 있었다.

 

시장에서는 현재 SLB 도입이 금융당국 등에 의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중에는 SLB의 첫 등장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국내 SLB의 평가 방법론과 평가 체계를 이미 마련한 상황이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SLB는 지난 9월 말부터 거래 환경이 조성됐고,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적격 프로젝트보다 환경 성과에 집중한 구조로, 핵심 사업과 연관 있고 의욕적인 수준의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SLB가 기존 ESG 채권보다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지만,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을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LB는 환경 관련 프로젝트가 준비돼 있지 않거나 여력이 안 되는 기업도 발행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만, 궁극적으로 ESG와 관련 없는 프로젝트에 사용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있어서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의 SLB 발행 확대와 함께 국내 도입이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SLB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서는 발행기업의 지속가능목표에 대한 투자자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며, 자금조달이 자유로운 한편 적절한 사용이 이뤄지지 않을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발행시점에 설정하는 지속가능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히 설정돼야 한다”며 “목표 기준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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