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반도체 위기' 맞선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경영전략 차별화' 승자는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1.04 05:00 ㅣ 수정 : 2022.11.04 05:00

미국발(發) 세계경제 악화에 메모리반도체 시장 올해 4분기 전망' 불투명'
SK하이닉스, 2분기 전세계 낸드플래시 매출 점유율 2위...긴축경영으로 '허리띠 졸라매기' 나서
SK, 15조 투자해 2025년 완공 목표로 청주에 새 반도체 공장 'M15X' 추진
삼성전자, 인위적 감산 없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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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K하이닉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도체 시장 한파에 기업 실적이 얼어붙었다.  SK하이닉스 역시 그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실적이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영업이익률 15%), 순이익 1조1027억원(순이익률 10%)으로 집계됐다.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을 기록한 지난 2분기 대비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무려 60.5% 감소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매출 감소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수요가 줄어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또한 영업이익과 관련해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완성품 중 질좋은 제품의 비율)을 개선해 원가경쟁력은 호전됐지만 원가 절감폭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 영업이익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율은 특히 반도체의 생산성·수익성 및 업체 성과 면에서 중요한 척도다.

 

문제는 이 한파가 3분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스는 올해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보다 15~20%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3분기에 2분기 대비 13~18% 하락했는데 이보다도 더 큰 폭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올해 2분기 전 세계 낸드플래시 매출 점유율 2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로서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아닐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꾸려가고 있어 메모리 업황 둔화가 지속될수록 경영악화로 이어진다.

 

이를 우려해서인지 SK하이닉스는 내년 긴축경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했다”고 평가하며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투자액 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는 ‘위기 속에서 미래를 내다본 투자’ 역사를 써온 SK하이닉스가 지금껏 보여준 행보와 다소 상반된다. 

 

지난 2012년 반도체 시장이 위축돼 반도체 업계는 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당시 SK하이닉스는 오히려 투자를 전년대비 10% 이상 확대해 눈길을 끌었다. 

 

반도체 시장은 이후에도 좀처럼 안정기를 찾지 못했지만 SK하이닉스는 추후 다가올 호황기를 고려해 2015년 경기도 이천에 ‘M14’ 반도체 공장을 건립했다.

 

또한 15조원을 투자해 올해 10월 건설 공사를 시작한 후 2025년 초 완공을 목표로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M15X’(eXtension) 건설을 추진했다. 착공식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위기 가운데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로 SK하이닉스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고 대내외 불확실한 요소에 반도체업체로서는 수급 조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하이닉스도 이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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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삼성전자는 계획된 투자를 그대로 밀어붙일 방침이다.

 

SK하이닉스처럼 삼성전자도 메모리 사업이 빗나간 재고 조정, 중화권 모바일 부진 등으로 부진해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52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9% 감소했다. 

 

다만 3분기 매출은 76조781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79% 증가해 3분기 기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어닝쇼크'라는 부진한 경영성적표를 거머쥐었지만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현재 시점에서 시장 수요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캐팩스(CAPEX·설비투자)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적정한 인프라 투자를 이어가고 업황과 연계해 설비투자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처지에 놓였지만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위기 돌파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계가 기존 수익성 우선 전략에서 시장점유율 확보 우선 전략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3분기 실적에서 시장점유율이 일부 줄었지만 4분기 부터 시장점유율 회복과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광진 애널리스트는 이어 “향후 6개월간 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운사이클(침체기)에서 삼성전자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큰 폭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SK하이닉스와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금 보유 측면에서도 자금조달 필요성이 있는 SK하이닉스과 비교해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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