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정부가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자금경색 심화 현상과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자 긴급 대책을 내놨다.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며 부동산 프로젝트펀드(PF)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은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까지 더해 증권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에서 나온 정부 대책이다.
여하튼 정부가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시장의 불안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자금시장에 50조원+α 유동성 공급...자금경색 효과 기대
24일 금융당국은 전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시장안정조치에 더해 유동성 공급 확대가 목표다.
핵심을 넓게 보면 전반적인 회사채시장과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고, 좁게 보면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시장 안정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시장은 고강도 조치가 빠르게 발표한 만큼, 자금경색 개선 효과가 뚜렷할 것으로 기대했다.
회의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당국 수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큰 틀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이 가운데 채안펀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가용 재원을 우선 활용하기로 했으며 산업은행과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매입한도는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2배 확대키로 했다.
특히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발행한 CP도 이번 매입대상에 포함해 부동산 PF-ABCP 관련 시장 불안을 안정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에 포함시켰다.
■ 채안펀드 1조6000억원 오늘부터 가동...회사채·CP 매입 재개
정부는 우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가용재원인 1조6000억원을 24일부터 투입해, 시공사 보증 PF ABCP 등 회사채·CP 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가 ABCP에 대한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시장에 신용 경색 우려가 커지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긴급히 이뤄졌다.
추가 펀드 캐피탈콜(펀드자금 요청) 작업도 속도를 내 오는 11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집행토록 하고, 필요시 추가조성도 추진한다.
채안펀드는 AA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를 매입해 시장 수급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펀드다. 투자자들은 당장 이번주부터 채안펀드 가동으로 변동성과 위축된 투자심리를 완화할 수 있을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비우량채를 대상으로 하는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의 한도를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확대한 것 역시 단기 자금 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대책으로 꼽힌다.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의 경우는 한국증권금융이 자체 재원을 활용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관계기관과 추가 지원도 확충한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와의 환매조건부채권(RP)거래, 증권담보대출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해 나갈 예정으로, 이번주부터 최대한 신속히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등을 통한 대응만으로 최근 나타난 자금시장에서의 경색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고, 앞서 금융당국이 밝힌 바와 같이 필요한 시장 대응을 위한 조치들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부동산 PF 적극 대응...추경호 "ABCP에 대해 모든 지자체 보증 확약"
정부는 또 부동산 PF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량 사업임에도 단기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사업에 내년까지 총 10조원 규모로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양호한 PF 사업장에 대해 자금이 정상 공급될 수 있도록 본 PF 대출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가 각 5조원씩 보증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이는 레고랜드 사업주체인 강원도가 ABCP에 대한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신용경색 상황에서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했다.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처인 채권시장은 급격한 금리인상과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ABCP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초대형 재건축 사업장마저 PF 대출 연장에 실패해 쓴맛을 봐야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어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위기감은 여전히 돌고 있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착공부터 분양, 준공 등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사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부동산 PF 부실화가 야기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계산이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늘어났고, 증권사들은 만기 PF 채권을 담보로 ABCP,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해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시장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차환되지 않는 물량을 직접 매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레고랜드 ABCP 미상환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점점 심화하고, 부동산 PF 관련한 위험이 가중되는 점은 최대 문제점으로 꼽혔다.
추경호 부총리는 "부동산 PF 시장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지자체 보증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