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글로벌 대우건설’ 비전, 공정위발 11월 내부거래 규제도 '효율적 대응'해야

김종효 기자 입력 : 2022.09.22 07:12 ㅣ 수정 : 2022.09.22 07:12

정창선 중흥회장, 장남 정원주 부회장에게 '글로벌 대우건설' 특명 부여
꼼꼼한 자금관리와 현장 중시·3불원칙 지키며 안정적 그룹 경영 해와
공정위발 내부거래 리스크 효율적 대응...대우건설 인수 이후 변화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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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그래픽=뉴스투데이 김영주]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정창선(80) 중흥그룹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해 중흥그룹을 재계순위 20위까지 끌어올렸다. 정 회장은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을 앞세워 대우건설을 글로벌 건설사로 키우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그룹 내부거래 규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흥그룹, 대우건설 인수로 재계순위 20위 진입... 세계적인 건설사 수립 비전 정조준

 

중흥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도 대기업집단 지정결과에서 자산총액 기준 순위 2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7위에서 한번에 27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중흥그룹 자산총액은 20조2920억원으로, 지난해 자산총액 9조2000억원 대비 2배가 넘었다. 대우건설 인수가 결정적이었다. 당초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3년 안에 대기업을 인수해 재계 서열 20위 안에 진입하겠다”고 말했는데, 목표 기간보다 빨리 재계 서열 20위에 올랐다.

 

정 회장은 이처럼 자신의 목표를 이룬 발판이 된 대우건설을 세계적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도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 세계적 건설사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고, 올해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취임식에서도 “대우건설이 세계 최고의 건설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정 회장은 자신의 이같은 목표 실천을 위해 정원주 부회장에게 '특명'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직접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전략 거점시장 등을 방문해 정부 고위급 관계자 및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지난 6월엔 베트남에서 고위급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베트남의 신도시, 산업, 물류단지부터 부동산개발,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엔 미국 텍사스주와 뉴저지주에서 양해각서 및 협력의향서 등을 체결했고, 필리핀 현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만나 인프라 및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대한 추진 의지를 전달하는 등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확장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대우건설을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신사업 및 해외사업도 공격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국내 주택사업에서 자체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베트남과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거점국가 프로젝트 매출화에 집중하면서 추가 수주도 노리고 있다. 

 

■ 올해 해외 수주 목표 눈길, 지난 해 대비 2배 수준... 대우건설 '독립경영' 보장과 임직원 처우 개선으로 뒷받침

 

실제로 대우건설의 올해 수주 목표 12조2000억원 중 국내 수주 목표는 10조1000억원, 해외 수주 목표는 2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국내 신규 수주가 9조9556억원, 해외 수주가 1조1274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해외사업 목표를  2배 가까이 확대한 것이다.

 

이같은 정 회장의 전략으로 인해 대우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 738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주택사업 호조에 이어 해외 거점국가에서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성장이 전망된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때,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대우건설의 독립적 경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중흥그룹의 인수자금 확보가 가능할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재무상황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정 회장은 중흥토건이 경기 평택 브레인시티사업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순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수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고 단언하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우건설의 독립경영 약속 실천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먼저 실행에 옮긴 것은 브랜드 독립경영이다. 대우건설 인수 직후 일각에선 주택 브랜드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으나, 정 회장은 충남 천안역전지구 도시개발사업 등에서 중흥S-클래스와 푸르지오 아파트를 따로 공급할 계획을 밝히며 브랜드 합병설을 일축했다.

 

정 회장은 중흥그룹의 대규모 부동산개발능력과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을 이용해 도시개발사업에서 극대화된 시너지를 노릴 계획이다. 

 

대우건설의 임직원 처우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대우건설맨’인 백정완 사장을 대우건설 수장으로 앉혔고, 올해 대우건설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임금인상률인 10% 상승에 합의했다. 

 

대우건설의 모든 직원에게 2022년~2023년에 격려금 20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으며, 복지포인트도 지난해 60만원에서 올해 100만원까지 늘렸다.

 

정 회장은 기본연봉 인상 외에도 현장근무자 처우도 개선하기로 해 국내외 현장수당을 직급별로 월 21만원~29만원 이상 인상하기로 했고, 인사평가에서도 현장 근무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이는 현장을 중요시하는 정 회장의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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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정창선 회장의 양대 경영원칙은 '현장 경험'과 꼼꼼한 '자금 계획' 

 

정 회장은 20대 후반이던 1970년대 초부터 건설현장에서 인부들과 함께 일했다. 그만큼 현장을 중시한다. 중흥그룹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경영자에게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고 귀띔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이 글로벌 건설사로 성장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전부터 대우건설의 부실 요소를 철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자금관리를 중시하는 정 회장 성격상 이번 대우건설 인수로 중흥그룹의 내실을 다지면서 사세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내실경영의 핵심은 철저한 자금관리다. 자금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해서 무너진 기업을 많이 봤다”며 “우리는 사업을 계획하고 자금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금계획에 따라 사업계획을 세운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흥그룹 관계자 역시 “정 회장이 사업 착수 시점에 3년치 자금계획을 미리 짜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해당 계획표를 세우고 매달 점검해 자금흐름을 관리한다. 자금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성향”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회사 재무상황도 매일 확인하는 경영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회사 경영에 있어 ‘3불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업무용이 아닌 자산은 사지 않고, 보증은 되도록 서지 않으며,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는 것이다. 

 

■ 내부거래 이슈에 효율적 대응해와...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 없어 / 공정위 관계자, "대우건설 인수 이후 규제대상 확대 및 법률 위반 여부 판단 결과는 11월 발표"

 

대우건설을 성장시키면서 자금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내실을 다지고 있는 정 회장에겐 두 가지 과제가 있다. 바로 대우건설의 인수 후 통합 과정 마무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규제 대응이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후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5월 대우건설 임금인상률 10% 합의 후 중흥그룹 건설부문 임직원 임금도 12% 올리기로 했다. 앞서 올해 초 중흥그룹은 임금인상률 10%에 합의했으나, 대우건설 임금인상률 결정 후 중흥그룹의 임직원 사기 진작과 업무능력 향상을 통해 인상률을 더 올린 것이다. 

 

브랜드 분리 경영을 확정한 만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및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만큼 ‘중흥S-클래스’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려야 한다. 이외에도  중흥건설의 주택사업 역시 과제다.

 

정창선 회장의 '글로벌 대우건설' 비전과 관련해 가장 부담이 되고 있는 이슈는 내부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중흥그룹은 내부거래 이슈에 '효율적 대응'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지난 2020년 내부거래 비중이 46.8%로 늘어나는 등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피해갈 수 없는 위치에 있었지만, 법적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서 중흥그룹 자회사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는 10개였다. 전체 기업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가 많은 집단 6위에 올랐지만 전년대비 3개 줄어들어든 수치이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초 공정거래위는 규제 대상 회사를 24개 정도로 추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된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와 이들 회사가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라는 기준을 중흥그룹에 적용했을 때,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은 중흥그룹 전체 계열사 37개 중 65%에 달하는 24개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10개에 그쳤다는 이야기이다. 중흥그룹이 효과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정 회장이 지분 76.7%를 갖고 있는 중흥건설과,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중흥토건이 내부거래 규제 관련 기업 중 가장 핵심적이다. 따라서 대우건설이라는 '대어'를 인수한 데 따른 공정거래법상 규제 이슈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21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20%가 넘는 비상장계열사나, 30% 이상인 상장계열사가 다른 계열사 상대로 1년 동안 200억원 이상 거래를 하거나, 최근 3년 동안 연간 매출 12% 이상을 부당 매출로 올릴 경우 처벌 대상”이라며 “중흥그룹의 경우, 2015년에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후 일간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올라 있다. 아직까지 처벌 받은 적은 없지만,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이 사익편취 등의 리스크가 있지만 법적인 위반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추가 내부거래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중응그룹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기업의 확대와 일감 몰아주기 위반 등에 따른 처벌여부 등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이라면서 "그 결과는 11월에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흥그룹이 재계순위 20위에 오르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돼 각별한 대응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그간 중흥그룹은 공공택지사업을 진행하면서 시행 계열사로 공공택지를 낙찰받고, 모기업의 채무보증으로 자금력을 뒷받침하는 방식의 사세 확장을 했으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며 소속회사 사이 채무보증을 설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저한 자금관리를 중시하는 정 회장이 유연하게 자금흐름을 관리해 경영방침을 내놓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매사가 꼼꼼하고 자금관리 원칙을 중시하는 정 회장 특성상, 자금에서 리스크가 생길만한 경영방침을 세우진 않을 것”이라며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을 나란히 성장시키는 것이 정 회장의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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