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현대건설 성공신화 다시쓰는 윤영준 사장, ‘외강내유적 리더십’이 힘

김종효 기자 입력 : 2022.09.13 00:15 ㅣ 수정 : 2022.09.14 13:49

고(故) 정주영 회장의 상징과인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 취임 이후 높은 성장률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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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편집=뉴스투데이 김영주]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현대건설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1940년대 현대토건사가 현대그룹의 토대가 된 것은 물론, 1970년대 현대그룹이 급성장할 당시 현대가 소화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주가 발생해 다른 재벌기업들이 현대에 하청을 받으러 다닌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 이 같은 역사성에 비춰볼 때,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이 지난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평가윤이다. 

 

현대건설 윤영준(65)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20년 12월 취임했다. 현대건설이 첫 직장이었고 이후 35년 동안 줄곳 근무한 ‘현대건설맨’ 이다. 취임 2년만에 눈에 띄일만큼 성공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연결기준 현대건설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8조5340억원에서 하반기 9조5320억원으로 약 11.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는 2000억원가량 더 늘어난 9조7000억원대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346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했다. 매출액은 9조7248억원, 순이익은 4081억원으로 각각 14.0%, 46.1% 늘었다. 업계에선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이슈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도 현대건설은 공사실적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주요공종별 공사실적에서 토건 7조9254억원, 토목 1조4164억원, 건축 6조5089억원을 기록, 실질적인 공사 관련 평가에서 모두 선두를 달렸다. 또 기술능력평가액 부문에서도 기술개발 투자와 전문 인력 확보 등을 인정 받으며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이뤄냈다.

 

현대건설은 윤 사장 취임 후 도시정비사업에서 창사 이래 첫 ‘7조 클럽’을 달성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과를 거둔 힘은 윤 사장의  ‘외강내유(外剛內柔)적 리더십’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직원들의 어려움을 세밀하게 챙기는 '섬김의 리더십'과 일단 수주전쟁에 돌입하면 발휘되는 '승부사적 기질'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이다.

 

■ 승부사 기질=조합원 자격 직접 취득해 '한남 3구역' 도시정비 수주 따내, 올해 도시정비수주 9조원 관측

 

현대건설 매출을 살펴보면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도시정비사업 수주다.

 

현대건설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도시정비수주액 7조755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도시정비수주 ‘7조 클럽’에 입성한 것이다. 도시정비수주 부문 2위인 GS건설이 3조5660억원보다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그간 도시정비 수주액 최고 기록은 GS건설이 지난 2015년 달성한 8조100억원이다. 업계에선 연말까지 현대건설이 이 기록을 깨고 도시정비 수주에서 9조원 이상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말까지 남은 도시정비 신규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은 3곳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으며, 현대건설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세워 공략한다면 대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올해 누적 신규수주의 60%에 달하는 4조2315억원을 ‘디에이치’를 내세운 도시정비 수주에서 따냈다. 브랜드 파워에서 검증이 됐다는 의미다. 

 

이처럼 도시정비부문에서 현대건설이 압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브랜드 파워 외에 윤 사장의 공격적 전략도 큰 역할을 했다. 

 

윤 사장은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줄곧 현대건설에서만 일한 ‘현대건설맨’이다. 현대건설 사업장인 광장동 힐스테이트, 분당선 왕십리-선릉간 복선전철노반신설공사, 강남순환고속도로 등 다양한 현장소장을 경험해 공사관리 경험이 풍부한 현장중심의 전문가로 평가된다. 현대건설 내 최초의 국내공사 관리부 출신 사장이다. 그만큼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장악력이 뛰어나다.

 

윤 사장은 2018년 주택사업본부 본부장에 오른 뒤부터 도시정비사업 수주 및 주택 브랜드 관리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 2019년 부사장에 올랐다. 주택사업본부장이 부사장에 오른 것은 10년 만으로, 현대건설 내 주택사업의 위상이 강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기간 대표적인 성과는 바로 한남 3구역 수주전으로, 윤 사장은 이 사업 수주에 열의를 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부사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맡았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한남3구역 조합원 자격을 얻는 전략을 펼쳐 놀라움을 줬다.

 

당시 윤 사장은 한남3구역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재산을 모아 한남3구역에 집을 마련했다. 집주인의 마음으로 시공사로 선정되면 애정을 갖고 집을 건축하겠다”고 말해 시공사 선정에서 조합원들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간 건설사 직원들이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는 일은 있었어도, 임원급이 직접 조합원 자격을 얻는 전략은 없었다. 윤 사장의 파격적 전략은 현대건설이 이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수주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회상했다. 

 

다른 관계자도 현대건설이 도시정비 수주에서 1위를 지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사장의 전략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윤 사장이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바로 수주 계약때 드러난다. 윤 사장은 현장마다 각 조합에 맞춤형 조건을 제시하거나 독특한 전략으로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는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을 충원하거나, 기존 조직을 재편·정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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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투데이]

 

이런 윤 사장의 전략 덕에 현대건설은 DL이앤씨, GS건설 등 경쟁사들을 제치고 총 사업비 7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사업’이라고 불리던 한남3구역 개발사업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윤 사장은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불과 1년만인 2021년 3월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윤 사장이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은 뒤부터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기간 동안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1위 3번, 2위 1번을 차지해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윤 사장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 현대건설을 빠른 속도로 성장시켰다. 현대건설은 2020년 도시정비사업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4조7383억원 수주를 기록했지만, 윤 사장은 취임 직후인 2021년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5조5499억원을 기록, 3년 연속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를 수성한 것은 물론, 전년 대비 큰 차이로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2021년 현대건설 상반기 도시정비수주액이 1조2919억원에 불과했지만, 윤 사장 취임 이후인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수주액이 5배 가까이 늘어난 5조6988억원인 것은, 윤 사장의 주택사업 전문가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 섬김 리더십=사업 현장에서 직원 격려하고 성과에 대해서 확실한 보상 제공

 

현대건설 한 관계자는 “2021년 말까지 GS건설과 도시정비사업 수주 1,2위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윤 사장이 직접 경기 안산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사업 현장을 찾았다. 윤 사장이 직접 직원들을 격려해 사기를 북돋았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보인 전략이나 안산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사업 현장 독려 등에서 보이듯 윤 사장은 승부사 기질과 조직 장악력이 뛰어난 리더십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풍부한 현장 경험과 세심한 면을 지녀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을 활용한다.

 

윤 사장은 특히 직원의 성과에 대해선 확실한 보상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지난해 상반기 4800만원 대비 12.5%가 오른 5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경쟁사의 직원 평균 급여가 4~6%대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이다. 

 

올해 1월 신년사에서도 윤 사장은 “임직원 모두가 자율적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성과 등을 꼼꼼히 챙기고, 30년 넘게 현대건설에서 조직을 이끌어 온 덕분에 조직 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윤 사장에겐 기존 강점인 도시정비 등 주택사업 수주능력을 강화하면서도 현대건설의 포트폴리오를 더 넓혀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올 연말까지 남은 수주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물론, 지난해 전년 대비 47.5%나 감소하며 3위까지 떨어진 해외수주도 끌어올려야 한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요 건설사 대표들을 소집해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요구했다. 해외건설 수주는 현재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좋지 않아 바로 늘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현대건설은 반기보고서에서 “전 세계적 경제위기와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해외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 있는 공사를 확보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 신 포트폴리오=리모델링 수주시장 뛰어들어 깜짝 1위 차지, SMR등 재생에너지사업 본격 추진

 

윤 사장은 이제 현대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리모델링 수주 1조9258억원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건설은 이전까지 리모델링 준공실적이 없었으나, 윤 사장은 이미 2020년부터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구축 및 정비했고, 결국 쌍용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준공실적이 있는 건설사들을 제치고 현대건설을 리모델링 수주 1위에 올려놨다.

 

최근엔 재생에너지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SMR), 암모니아 스트리핑 기술 개발 등이다. 윤 사장은 특히 SMR 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별도의 로드맵을 발표하고, 글로벌 원전 기업들과 협업을 맺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향후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원자력 전 분야에 걸친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사업 영역을 전 분야로 확대하는 동시에 원자력 원천기술 확보에도 힘쓸 예정이다.

 

윤 사장은 SMR 사업을 이미 현대건설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리모델링 수주 깜짝 1위를 기록한 것처럼 윤 사장의 발빠른 움직임이 현대건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싣고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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