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카셰어링을 중심으로 고객이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이동을 포함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가겠다”
박재욱 쏘카 대표가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날 발언 속에 잔뜩 담긴 포부를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유니콘 상장특례 1호' 기업이자 하반기 첫 IPO 대어로 지목돼 관심을 한껏 받는 터였다.
올들어 글로벌 긴축에 따른 증시 침체로 IPO에 불어닥친 한파를 몰랐을 리 만무하지만, 이참에 연내 흑자 전환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쏘카는 고평가 논란에다 수요예측, 일반청약에서 흥행의 쓴맛을 봤다. 물론 몸값을 낮추면서까지 투자자를 고려했다는 다수 긍정적 평가도 있다.
쏘카의 상장 성공 여부는 현대오일뱅크와 마켓컬리, 케이뱅크 등의 연내 상장과 연관성이 큰 측면에서 매우 중요했다.
이제 시선은 당장 이달 IPO 진행 기업으로 옮겨졌다. 더블유씨피(WCP)와 KB스타리츠 등 14곳이 이달 수요예측 및 공모주 일반 청약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이차전지 관련 기업인 WCP는 덩치가 3조 원이 넘는 하반기 IPO 대어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코스닥 시장 내 시가총액 10위권으로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만큼, 시장의 기대도 크다.
WCP만큼의 덩치는 아니나, 반도체 관련 회사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도 이달 내 상장을 준비한다. 알피바이오를 시작으로 선바이오, 플라즈맵, 샤페론 등 4개의 바이오기업도 IPO에 도전한다.
이들 기업의 IPO 성과는 남은 하반기 증시 흐름을 반등으로 바꿀 마중물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국내 증시는 극복하기 힘든 외부 영향으로 꽤 흔들렸다. 투자자들은 적잖이 당황하다가 투심이 약해졌고 이탈로도 이어졌다.
가뜩이나 ‘IPO 대어’ 명찰이 달리면 유독 기업은 부담을 느끼는지 상장 철회나 상장을 미뤄댔다. 상반기 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가 그랬다.
공모주 이슈가 한동안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그땐 IPO 과열이니, 거품이니 해도 이렇게 식어질거라 여기진 않았을 터. 이제 상황은 바뀌었다.
기자는 올해 다수의 IPO 간담회에 참석했다. 기자들마저 추진 기업들에 질문 포인트가 달랐다. 본 기자 역시 “증시가 이런데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요?”를 여러번 던졌다.
일부 기업은 수요 예측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긴급하지 않다면 상장 시기를 미뤄놓을 법하다.
IPO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것은 창업주에겐 성공의 지표이자 하나의 명예기도 하니 이해 못할 건 없다. 인플레이션은 심화됐고, 주가지수는 1년째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다. 올해도 절반 이상이 지나갔다.
아무리 증시가 불황이라도 지난 5월~6월 사이처럼, 공모주가 사라져서는 안 될 일이다. 남은 하반기 IPO 출격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반등으로 작용해 불쏘시개 역할이 되면 어떨까.
그래서 2023년은 IPO에 대박이라는 말도, 코스피 3000시대란 말이 오르락내리락했으면 한다.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궈져 투자자들이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던 분위기가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