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금융 지원 조치를 연장하려고 하자 은행에선 난감해하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유예된 원금·이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 금융 지원이 다시 연장될 경우 은행이 떠안을 잠재 부실 우려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 위기 속 취약 차주를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에선 적어도 미뤄진 이자 납부정도는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 지원은 상환 능력이 약해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원금·이자 납부도 일시적으로 유예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 4월 금융 지원 조치를 처음 시행했다. 이후 이 조치는 지금까지 4번의 연장을 거쳐 2년 넘게 이어진 끝에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코로나19 금융 지원 연장 필요성을 제기하며 재연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취약 차주의 ‘호흡기’를 떼면 안 된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직접 돈을 빌려준 은행권은 난감해하고 있다. 이미 장기간 이어진 금융 지원 조치로 누적된 원금·이자 규모가 크게 늘어났는데, 추가 연장까지 이뤄지면 그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말 기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중 만기 연장·상환 유예된 규모는 약 133조3000억원에 달한다. 만기 연장이 116조6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원금·이자 상환 유예은 11조7000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후 8개월이 지난 현재 만기 연장·상환 유예 규모는 크게 불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초부터 이뤄진 기준금리 연쇄 인상에 대출금리가 뛰면서 이자 규모 역시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재연장될 경우 잠재 부실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본다. 지원 조치가 끝났을 때 정상적으로 원금과 이자가 들어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금융 지원 기간 ‘묻지마 대출 연장’이 이뤄진 점을 은행권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정상 차주와 부실 차주를 구별할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마 정부도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이렇게 길게 이어질기 생각 못 했을 거라 본다”며 “최전선에 있는 은행들 입장에선 부실 위험이 누적되고, 이를 선제 대비할 방안조차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부담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만약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재연장될 경우 적어도 이자 납부 정도는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과 같이 만기 연장·이자 유예 조치가 함께 이어지면 나중에 금융 지원이 종료됐을 때 차주들이 채무를 한꺼번에 납부하기 부담되고, 결국 연체 가능성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자 납부가 시작될 경우 차주의 ‘상환 의지’ 판단도 가능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금융 지원 기간 가계 상황을 정비한 차주와 그렇지 않은 차주를 구별해 미리 대비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이야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당장 거둬들이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자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상환 조치가 이뤄졌을 때 나타날 데이터로 부실 차주 구별 등 리스크 예측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