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소상공인 금융 지원, 땜질식 처방 안 된다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7.01 07:20 ㅣ 수정 : 2022.07.01 07:20

소상공인 금융 지원 2년 넘게 지속 중
정부가 원리금 거치 등 방안 내놨지만
부실 차주 원리금 탕감은 부작용 우려
일회성 아닌 연착륙 유도할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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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신음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심폐소생에 나선다. 오는 9월 종료 예정인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사실상 연장하고, 원리금 탕감 등의 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최대 3년의 원리금 거치 기간을 부과해 이자만 내도록 하고, 금액이 큰 원리금에 대해선 최대 20년까지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한다. 경제 위기 속 이들의 상환 능력 저하를 고려한 조치다.

 

또 이자 부담 절감 차원에서 상환 기간에 따라 대출금리를 중신용자 금리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특히 대출을 오랫동안 갚지 못하고 있는 부실 차주의 채무에 대해선 최대 90%까지 원리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방역 완화에 따른 일상 회복 기대감도 잠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우리 경제를 덮쳤다.

 

물가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는 우상향하고 있다. 빚으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이자 폭탄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금융위가 추가 금융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상황 속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포용하는 건 국가의 의무다. 방역 행정으로 피해 입은 이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번 대책 중 부실 차주에 대한 원리금 탕감 방안이 담긴 건 우려스럽다. 이자 납부와 대출금리 인하 등을 유도하는 건 고무적이지만, 가지고 있는 빚을 국가가 직접 없애주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 효과만 기대할 수 없다. 

 

일단 시장의 혼란이 불보듯 뻔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경험했듯이 선별 지원 방식엔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생계 위협에 투잡·쓰리잡을 뛰며 원리금 상환에 나섰던 차주들의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 부실 차주 구별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부실 차주로 내몰린 건 자의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국가 재정 투입으로 채무를 탕감해 주는 건 최후의 수단이다. 일단 부실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우선이다. 

 

또 2년 넘게 이어진 금융 지원 과정에서 지적된 ‘도덕적 해이’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위기 때마다 국가가 책임져 준다는 인식이 강해지면 금융 시장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사회·경제적 혼란이 일어날 경우 피해 받는 건 결국 시장과 국민들이다. 

 

엄연한 민간 기업인 은행을 앞세운 정책의 지속력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잠재 부실 채권을 안고 있는 금융사에 단순히 충당금만 쌓아 대비하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부실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방파제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예단하기 어렵다. 은행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지원에 대한 단계적 종료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방파제 설치 비용을 은행 자금으로 메꾸라고 요구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근본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정책은 역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사태 속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금융 체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지원에 나설 책임이 있다. 

 

모든 정책 설계 과정에서 순간의 위기만을 지원하는 ‘땜질식 처방’에 초점이 맞춰지는 건 혼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일회성 지원보다는 이들의 장기적 지속가능성 효과까지 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지원 조치도 이제 연착륙을 준비할 때가 왔다. 전(前)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한대로, 정부도 보다 세심한 금융 지원 방안 마련으로 안정적인 연착륙에 힘 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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