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직원 줄어든 시중은행들···하반기엔 채용문 열릴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로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직원 수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 안정성을 가진 정규직은 줄어들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있었다.
은행권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올 하반기 채용문이 다시 열릴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은행권은 하반기 공개채용(공채)을 준비 중인 가운데 방식과 수요 등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임원을 제외한 직원 수는 총 5만683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분기(5만8491명) 대비 약 2.8% 감소한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1년 사이 직원 감소율이 가장 큰 건 우리은행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말 1만4386명에서 올 1분기 1만3761명으로 약 4.3% 줄었다. 하나은행 역시 1만2805명에서 1만2279명으로 약 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직원 수도 1만4044명에서 1만4293명으로 약 1.7%, 국민은행도 1만7007명에서 1만6751명으로 약 1.5%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직원 감소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난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증감은 서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전체 정규직 수는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4대 시중은행의 올 1분기 정규직은 5만2342명으로 전년 1분기(5만6974명)보다 약 8.1% 감소했다. 반대로 이들 은행의 비정규직은 2021년 1분기 4385명에서 올 1분기 4493명으로 약 2.4% 늘었다.
국민은행은 작년 1분기 1517명이었던 비정규직을 올 1분기 1871명으로 약 23.3% 늘렸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비정규직이 964명에서 998명으로 약 3.5% 증가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올 1분기 비정규직이 작년보다 각각 약 11.8%, 약 1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 6조337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이들 은행의 상반기 이자 이익만 15조3361억원에 달한다.
역대급 실적에도 시중은행들은 채용에 소극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권 채용문은 굳게 닫혔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4대 시중은행 중 올 상반기 신입 행원 공채를 실시한 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뿐이었다.
시중은행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체 직원 수가 줄어든 건 채용 부진과 작년 말 은행권을 휩쓴 희망퇴직이 맞물린 결과다. 은행들이 비대면 문화 흐름에 발맞춰 오프라인 지점을 줄여나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움직임도 직원 수 및 구성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점 사무원 등 비정규직으로 입행하는 직군은 많지만, 최근 IT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 디지털화를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들이다.
실제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IT 분야 외부 인력 의존도는 45% 수준이다. 은행이 플랫폼 개발·고도화 등 IT 업무를 수행할 때 투입되는 인력 2명 중 1명은 외부에서 데려왔단 얘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사업이나 플랫폼 강화를 추진할 때 IT 인력이 필요한데 비정규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IT 업계 종사자들은 상대적으로 이동이 잦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직원 수가 증가 전환하려면 채용 시장이 활기를 띄어야 한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공채를 준비 중이다. 채용 규모가 가장 관심이지만 예전보단 축소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은행들의 채용 방식은 수시채용에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였다. 종종 있던 신입 공채는 소규모로 이뤄졌다. 채용 분야도 IT 등 디지털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신입 행원 채용 규모도 단계적으로 늘여갈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 취업이 바늘구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규모는 앞으로 회사의 사업 방향이나 조직 규모 등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