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제주, 사람은 서울로’ 속담 그대로 일본 역시 외국인 취업은 도쿄로만 몰린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젊은 인재들이 양질의 일자리와 생활환경을 추구하며 대도시로 몰려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합리적인 현상이다.
다만 한국은 그 대상이 서울이라는 한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일본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와 같은 여러 대도시로 비교적 분산된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해외인재들의 취업과 관련해서는 일본 역시 도쿄 집중현상을 피해갈 수 없다. 특히 관서지역을 대표하는 2부(오사카, 교토) 4현(효고, 나라, 와카야마, 시가)의 15세에서 64세에 해당하는 생산연령인구가 2045년이면 2015년 대비 30%나 급감한 881만 명에 그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더 이상 해외인재를 도쿄에 빼앗기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 의하면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재적 중인 유학생은 2021년 5월 기준으로 20만 명이 넘고 그 중 20%정도인 4만 1000여명이 관서지역의 2부 4현에 재학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있지만 10년 전에 비해서도 1.7배 늘어난 많은 인원이다.
하지만 지역별 취업자 수를 비교하면 이 비율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법무성 통계에 따르면 학력과 수입 등을 점수화해서 인정되는 ‘고도전문직’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2021년 6월 시점으로 도쿄가 8300명에 달했지만 오사카는 10분의 1도 안 되는 718명에 그쳤다.
관서 지역의 2부 4현을 모두 합해도 1320명으로 뚜렷하게 도쿄와 기타 수도권 지역으로 해외인재들이 유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관서 지역에 해외인재가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기업들의 일본어 중시 경향이다. 오사카노동협회 관계자는 유학생을 고용한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들의 비중이 도쿄보다 높은 탓에 해외인재와의 의사소통에 과도하게 불안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유학생 지원사이트인 WASABi 역시 ‘학력이 높을수록 일본어가 부족하여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 관서지역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을 위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SUCCESS-Osaka의 요시다 케이스케(吉田 圭輔) 코디네이터도 ‘우수한 인재는 도쿄나 다른 국가로 유출된다’고 토로한다.
물론 이런 현실을 타파하려는 노력도 존재한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전자제품 제조기업인 파나소닉(パナソニック)은 2019년부터 국내 채용의 시험과 면접에 일본어 외에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입사하는 인원은 연간 10명 내외인데 인사팀 관계자는 ‘높은 전문성과 스킬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유연한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난카이그룹(南海グループ) 산하의 난카이부동산(南海不動産)은 네팔 출신의 우수한 IT인재들에 주목했고 자사에 채용하는 것을 넘어 2020년부터는 타 기업에 인재채용을 소개하는 새로운 사업까지 시작했다.
‘능력과 인품을 보기 전에 일본어만으로 합격 불합격의 선을 그어버리는 것은 큰 손실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난카이부동산의 관계자는 향후 관서지역 기업들이 성장동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상식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