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528)] IT인재난 극심한데도 월급은 올려줄 수 없는 속사정

정승원 기자 입력 : 2022.07.01 11:10 ㅣ 수정 : 2022.07.01 11:10

디지털화 가속화에 일본기업들 53% IT인재 구인난 겪으면서도 IT 직원들 연봉은 오히려 지난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일본사회 고질적인 연봉서열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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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IT인재에 대한 대우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IT인재난이 사상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유명 이직사이트에서는 구직자 수보다 구인 건수가 무려 10배나 많을 정도로 심각한 인력부족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연공서열에 연연하는 일본사회는 IT직종의 시장가치를 임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예로 직원 수만 1만 5000여명에 이르는 대형 IT기업 후지소프트(富士ソフト)는 IT컨설팅 사업 확장을 위해 올해에만 900명의 인력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내에는 목표달성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인재쟁탈전이 현저히 늘어났다’며 말문을 연 후지소프트의 인재개발부장은 ‘합격통보를 해도 입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밝히며 IT인력난이 일부 중소기업들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 사회적 현상임을 인정했다.

 

여기에 아사히카세이(旭化成) 역시 종업원 4만 명을 훌쩍 넘기는 일본 제일의 화학·섬유기업임에도 IT인재만을 위한 전용 채용페이지를 만들어 자사의 IT업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필하며 입사지원을 독려할 정도니 일본 기업들의 구인난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실감이 가능하다.

 

한편 퍼슬커리어(パーソルキャリア)가 운영하는 대형 이직정보 사이트 doda에 의하면 IT기술직의 신규 구인배율은 2019년만 해도 3~5배 사이를 오고갔지만 작년 12월에는 처음으로 10배를 넘겼다.

 

최근 기록인 올해 3월의 구인배율은 9.5배로 영업직(2.8배)이나 판매직(0.4배)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계기로 업계를 불문하고 디지털 바람이 불며 IT인력수요가 증가했지만 반대로 관련 구직자 수는 늘어나지 않은 것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이처럼 높아지는 수요에도 인력공급이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의 IT직종 임금이 여전히 저평가되었기 때문이다.

 

doda측이 조사한 IT직종의 평균 임금은 작년 기준 438만 엔으로 2019년 대비 오히려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IT스킬을 갖추었음에도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탓에 인재유입이 둔화되면서 임금상승 효과가 감쇄된 결과였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직무형 고용보다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멤버십형 고용을 우선시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데 실제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가 2019년에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문인재를 채용하더라도 65%의 기업들이 ‘일반 사원과 같은 인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별도로 대우를 결정’(28%)하거나 ‘독자적인 임금체계를 마련했다’(6%)는 응답과 비교하면 일본 기업들이 IT인재들을 대하는 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반대로 IT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비용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흔히 방문하는 IT 전문학원들의 기초강좌는 3~6개월 코스에 최저 30만 엔에서 최고 60만 엔까지 상당히 고액인 것에 비해 이에 합당한 임금을 받기는 힘들기 때문에 타 직종에서 IT직종으로 이직을 시도하는 비율은 24%정도에 그쳐 판매·서비스직(50%)이나 사무직(56%)보다 한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인들이 더해지며 총무성의 조사결과, 디지털화를 시도하는 일본 기업의 53%는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하며 미국(27%)이나 독일(31%)보다 훨씬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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