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2.04.29 10:44 ㅣ 수정 : 2022.04.29 10:44
일벌레 양산하는 일본대기업들의 주4일제 파격실험, 탄력적 근무제 도입으로 노동생산성 높이고 좋은 인재 선점하겠다는 구상에 직장인들 효과 반신반의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꿈같은 주 4일제는 현실이 될까.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가 급여 삭감 없는 주휴 3일제가 가능한 새로운 근무방식을 도입한다.
일하는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고 직원들의 의욕을 높여 생산성도 함께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 향후 성과에 따라서는 다른 기업들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직장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올해 본사 직원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소정의 월 근무시간을 일별로 자유롭게 배정할 수 있는 제도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의 하루 3.75시간이라는 최소 근무시간을 없애면서 종업원들 각자가 재량껏 특정 일자나 요일에 일을 몰아서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월요일에서 목요일에 9~10시간씩 길게 일하고 금요일에 쉬면 주휴 3일이 가능해진다. 또는 한 달의 절반을 근무시간을 길게 설정하고 월말에 연휴를 만든다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날에는 한 시간만 일하고 부족한 근무시간은 다른 날에 채우는 등의 선택도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주휴 3일제라면 개호(介護)처럼 장시간 노동이 어려운 업종에 취업을 장려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근무일수와 노동시간이 감소하면서 그만큼 임금도 함께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때문에 히타치는 총 노동시간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이를 직원들이 일별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옵션만 제공하는 것으로 임금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기존 방식의 주휴 3일제를 도입하려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 전자제품 메이커인 NEC는 올해 안에 본사 직원 2만 명을 대상으로 주휴 3일제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고 순차적으로 그룹 전체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히타치와는 달리 근무 일수가 줄어든 만큼 급여도 감액하는 방법이 적용된다.
일각에서는 어느 쪽이든 급여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근로시간만 감소하는 이상적인 주 4일제는 아니기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종업원의 재량에 맡기고 그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진정한 주 4일제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본 직장인들은 희망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이 작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완전한 주휴 2일제보다 휴일을 더 많이 제공하는 기업의 비율은 8.5%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작년 6월에 내각에서 결의한 경제재정운영의 기본방침인 골태의 방침(骨太の方針) 안에 선택적 주휴 3일제를 촉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또한 일본의 노동기준법도 아직까지는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시간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노동시간이 아닌 성과로 평가받는 사회적 풍토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원격근무나 재택근무 같은 새로운 근무방식들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만큼 노동법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