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2.05.27 10:35 ㅣ 수정 : 2022.05.27 10:35
최대 30% 가까웠던 재택근무율 4월이후 빠르게 감소, 직장인들 지옥철 다시 경험 등 일상회복에 따른 스트레스도 덩달아 증가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만연방지 등 중점조치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으니 재택근무를 끝내고 출근바랍니다’.
도쿄 근처 치바현에 거주하는 27세 IT엔지니어 여성은 회사로부터 출근 지시 이메일을 받은 후 숨이 턱 막혀왔다.
‘출근해도 하는 작업은 똑같은데 굳이 오프라인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그녀는 왕복 3시간에 달하는 지옥철을 생각하니 앞이 깜깜할 지경이었다. 도쿄에 위치한 IT기업의 정직원이지만 금융 관련기업에 파견되어 전산시스템 구축을 담당하고 있던 그녀는 소속기업이 아닌 파견기업의 방침에 따라 출퇴근이 결정되는 방식도 불만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3월 21일을 기점으로 일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방지를 위한 중점조치가 종료되고 재택근무를 포기하는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일본 직장인들의 출퇴근 스트레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4월 들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추이와 다른 기업들의 분위기를 살피던 기업들도 5월의 골든위크 연휴가 끝난 후에는 줄줄이 오프라인 출근을 명령하고 있지만 이미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에게 출퇴근은 그저 고통으로 다가올 뿐이다.
현재 일본 내 코로나 신규 감염자 수는 3월보다는 많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3~4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20대 확진자의 감염경로 중 직장이 6%를 차지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기업 측의 출근 지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 역시도 기업들의 코로나 감염대책으로 재택근무를 여전히 권장하고 있음에도 중점조치가 해제된 후 SNS에는 ‘회사의 재택근무가 끝났다’는 목소리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재택근무가 애초에 여론에서 인식하고 있는 정도만큼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퍼슬 종합연구소(パーソル総合研究所)가 2020년 3월부터 전국의 직장인 2만 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재택근무 실시현황을 보면 일본에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2020년 3월에는 재택근무 비율이 13.2%였다.
그리고 첫 번째 긴급사태가 선언되었던 같은 해 4월에는 27.9%로 급증했지만 이후 보급률은 큰 증감 없이 제자리걸음에 그쳤고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던 올해 2월에도 과거 최고치이긴 하지만 28.5%에 머물렀다.
제국 데이터뱅크가 올해 2월에 전국 약 18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도 재택근무를 실시 중인 기업의 비율은 31.5%였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52.1%의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고 부정적으로 응답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감소와 직원별 업무 진척 상황과 구체적인 성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퍼슬 종합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실적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연관해서 생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현재의 근무방식은 사무실 출퇴근을 전제로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에 전제를 바꾸지 않은 채 재택근무만 도입해봤자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오인하기 쉽다면서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택근무를 고려한 근무환경 정비가 기업들에게 필요 불가결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반대로 같은 조사에서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의 80% 이상은 재택근무를 코로나가 종식된 후에도 계속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재택근무를 둘러싼 기업과 직장인들의 엇갈린 의견에 대해 퍼슬 종합연구소 측은 ‘재택근무 경험자는 앞으로도 직장에서 재택근무 환경을 정비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와 관련된 대응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