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박상규 호(號), '3가지 신규투자'로 미래 먹거리 거머쥔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차량·가전 및 핸드폰 유통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SK그룹 계열사 SK네트웍스가 올해 초부터 신규 사업 분야에 투자해 이른바 '투자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 영업이익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기존 사업부문 매출이 늘어나지 않고 답보상태에 머무는 등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상규(58·사진) SK네트웍스 대표는 올해 초 “성장 분야에 적극 투자해 사업형 투자회사 면모를 갖춰나가겠다”며 “블록체인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 영역 확보와 투자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이미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사내에 블록체인사업부를 신설했으며 미래 유망 분야에 적극 투자해 '새로운 SK네트웍스'로 변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분 투자 및 신사업 발굴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폐타이어 재활용과 무인 자동화 등 혁신분야에도 투자를 늘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 SK네트웍스, 영업이익 성장하고 있으나 매출 정체 수년간 이어져
SK네트웍스 영업이익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094억원, 1239억원 122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742억원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0.84%, 1.17%, 1.11%, 1.64%(전망)로 상승하고 있다.
기업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웅변한다.
다만 SK네트웍스 매출은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매출이 2019년 13조542억원을 기록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이후 2020~2021년 매출은 각각 10조6259억원, 11조181억원에 그쳤다. 그리고 증권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도 10조6455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매출 규모가 커지지 못하는 것은 결국 기업이 성장할 파이가 줄어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 경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한 대목이지만 매출이 늘어나지 못한다면 기업의 신규 채용과 성장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사업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블록체인 사업 강화하기 위해 2월 두 차례나 투자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블록체인 사업부를 신설해 ‘기존 사업과 블록체인 연계 방안 모색’ 및 ‘투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조직 개편이 이뤄진 후 올해 들어 블록체인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2월 블록체인 전문 투자업체 해시드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 발굴 및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6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해시드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 투자 및 탈중앙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특히 해시드는 카카오 ‘클레이튼’, 라인 ‘링크’, 테라 등 혁신 블록체인 기술을 갖춘 블록체인팀에 투자해 업계에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SK네트웍스와 해시드의 협약으로 두 회사는 차량 렌탈 서비스를 하는 SK렌터카, 가전 렌탈 서비스를 하는 SK매직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유망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발굴에도 나설 방침이다.
SK네트웍스는 또 2월에 블록체인 및 대체불가능토큰(NFT) 솔루션 기업 블록오디세이에 108억원을 투자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 기업은 복제 불가 보안 QR코드 발행 기술, 물류 및 유통 단계에 블록체인을 접목시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NFT 관련 서비스를 운영해 명품, 부동산 등 실물 자산에 대한 디지털 소유권 발행도 지원한다.
SK네트웍스 사업과 블록오디세이 역량이 어떤 방식으로 연계될 지 아직은 명쾌하지 않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두 회사는 공동 사업 기회를 모색하면서 블록체인 사업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폐타이어 재활용 및 무인자동화 솔루션에 투자해 '친환경·미래 먹거리' 모두 확보
SK네트웍스는 지난 4월 SK에너지 및 대호산업과 함께 폐타이어를 활용한 저탄소 순환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전국에 자동차 정비사업 업체 스피드 메이트 매장을 650 군데 보유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전국 매장에서 발생하는 폐타이어를 열분해 사업자(대호산업, SK에너지)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대호산업은 공급받은 폐타이어를 기반으로 열분해 설비를 운영해 재생카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SK에너지는 폐타이어를 활용해 열분해유 정제 등 석유제품 생산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가 운용하는 스피드메이트는 차량 서비스 전문 기업이기 때문에 천연고무가 함유된 폐타이어를 재활용할만한 대안이 마땅히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에서 대호산업 및 SK에너지와 협력해 폐타이어에 대한 새로운 친환경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고 유의미한 사업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K네트웍스가 이달 초 미 트랙터 무인자동화 솔루션 기업에 400만달러(약 52억원)를 투자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SK네트웍스는 미 투자법인 하이코캐피탈(Hico Capital)을 통해 트랙터 무인자동화 솔루션 기업 ‘사반토(Sabanto)’에 4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사반토는 트랙터의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는 스타트업이다. 전용 트랙터를 구입해야 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기존 농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트랙터를 자동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 차별화 전략이다.
게다가 이들이 개발한 기술(플랫폼)은 트랙터 종류에 상관없이 어떤 트랙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플랫폼에 대한 시장 확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