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학부·대학원' 신설이 AI 반도체 인력양성 해법 될까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초강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임기 초부터 전략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윤 대통령이 직접 법무부 장관과 법제처장 등 비경제부처 수장에게도 반도체 과외를 주문할 만큼 현 정부는 반도체 산업 키우기에 적극적이다.
윤 정부가 무엇보다 고심하고 있는 과제는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이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년째 답보상태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 산학협력 대학원 프로그램 강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인력을 키울 교수진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관련 학과나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관계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산업으로 떠오르는 AI(인공지능) 반도체 분야 강국이 되기 위한 대책 방안을 강구했는데 여기에 인력육성과 지원이 요구된다는 여론이 반영됐다.
하지만 이 또한 기존처럼 ‘수 늘리기’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을 자아낸다.
■ '반도체연합전공' 5년간 7000명 육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 27일 대전 KAIST 본원에서 열린 ‘제1차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AI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대책’을 공개했다.
이번 지원 대책의 핵심은 △초격차 1조200억원 투자 △초기시장수요 창출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과 함께 △전문인력 7000명 양성이 포함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AI 반도체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반도체학과 신설 보다는 전기전자공학·컴퓨터공학·물리학 등 AI반도체 관련 다양한 학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구성·운영하는 ‘AI반도체 연합전공(학부)를 3개 대학에 개설한다. 3개 대학은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숭실대학교다.
이를 통해 대학·연구소가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시험생산 설비의 고도화와 이와 연계한 학부생 대상 반도체 설계·제작 교육 신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무엇보다 연구 중심의 석·박사 고급인재를 키우기 위해 내년 ’AI 반도체 대학원‘ 3곳을 새롭게 만들고 참여 학생 가운데 우수 석·박사 학생을 해외 대학에 단기(6개월~1년) 파견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할 방침이다.
■ "반도체 전문인력 키울만한 교수가 없다”
최근 정부는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반도체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대학의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정원 확대만이 해답이 아니다’라고 학계와 업계는 지적한다.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반도체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인재수요’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학계와 업계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통한 인재육성 확대에 일부 이견을 보이면서도 ‘교수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같이했다.
학계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하기 위해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가 있어야 하지만 계약학과라는 임시 학과를 나서서 맡을 정규 교수를 발탁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업계 또한 계약학과를 추진할 때도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공감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나온 AI 반도체 대책 또한 큰 뼈대는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AI 반도체 전략에서 ‘2030년까지 석·박사 등 반도체 고급인력을 3000명 양성하겠다’는 목표와 비교해 양성인력 수만 바뀌었을 뿐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현 정부가 보여준 반도체 인재육성에 대한 의지를 뒷받침할 만한 액선 플랜이 없다며 아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학원을 운영하려면 학부와는 다르게 교수 임용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만한 인력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업에 계신 분들이 오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업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받는 금액의 차이가 엄청나다”며 “설령 채용할 만한 사람이 있을지라도 그 비용이 상당할 텐데 그런 사람을 과연 데려올 수 있는 지를 대학이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한 “관련 시설 또한 충분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 지도 의구심이 생긴다”며 “대학원을 만들어 정원을 확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기존 관련 전공 교수들이나 관계자들이 AI 반도체 분야로 진입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