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D2C 시장이 뭐길래'...정육각·설로인·동원 '3파전' 후끈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유통단계를 최대한 줄여 신선함으로 승부를 거는 축산물 D2C(Direct to Customer·소비자 직접 판매) 시장을 잡아라'
그동안 정육각, 설로인이 주축이 된 국내 축산 D2C 업계에 동원이 합류해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동원의 합류로 축산 D2C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원F&B 자회사 동원디어푸드(대표 강용수)는 지난 9일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한 D2C 신선육 브랜드 ‘육백점’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 동원 육백점 “당일 생산, 당일 출고”…‘신선’ 강조
육백점은 ‘세상의 다양한 고기를 만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우‧한돈은 물론 미국, 호주 등 다양한 해외 산지 고기를 취급하는 신선육 브랜드다. 축산 전문가가 전국 농가로부터 직접 엄선한 고기를 중간 유통 경로 없이 자체 식품 온라인몰 '동원몰'과 '더반찬&'을 통해 판매하는 D2C 유통 구조를 갖춘 셈이다.
육백점은 동원그룹 계열사 동원홈푸드 산하 축육부문이 보유한 자체 육가공 공장과 전국 유통망을 활용해 모든 유통 단계를 직접 관리한다. 이를 통해 동원디어푸드는 중간 유통 단계를 축소해 단가를 낮추고 더욱 신선한 품질의 고기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육백점이 취급하는 한우‧한돈은 ‘당일 생산, 당일 출고’를 원칙으로 고객 주문과 동시에 발송을 준비한다. 수입육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미세정온기술을 갖춘 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신선도에 주력한다.
이와 함께 일부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주문 당일 오후 10시에서 익일 오전 7시 사이에 상품을 배송하는 새벽 직배송 서비스를 운영해 신선한 고기를 제공한다.
동원디어푸드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 물가가 치솟아 유통업계는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유통 단가를 낮추고 있다"며 “전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신선육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육각 “4일 이내 도축한 돼지고기를 식탁으로”
동원의 축산 D2C 시장 진출에 정육각(대표 김재연) 등 대표 스타트업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16년 2월 문을 연 정육각은 도축 후 식탁에 오르기까지 최소 일주일에서 한 달 넘게 걸리던 시간을 4일 이내로 단축해 ‘초신선’ 돼지고기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당일 도계한 닭고기, 당일 착유한 우유, 당일 산란한 달걀, 부위별 숙성 일자를 달리한 소고기, 밀키트, 수산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정육각은 올해 3분기에 농수산물 직거래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육각은 자체 물류 솔루션 '정육각런즈'를 통해 △오후 12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 2~7시에 배송되는 당일배송 △저녁 8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오전 7시까지 도착하는 새벽배송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익일 저녁 전에 도착하는 택배배송을 운영 중이다.
정육각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신선식품의 온라인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소비자들의 신선식품 한 달 평균 구매액은 2019년 4~5만원에서 지난해 10만원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육각은 지난해 네이버,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리즈C(세번째) 투자를 받아 700억원에 달하는 누적 투자 유치액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정육각은 시리즈D(네번째)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 설로인 “누가 언제 먹어도 똑같이 맛있게”
2017년 설립한 설로인(대표 변준원)은 한우 유통‧판매 스타트업이다.
설로인은 사료, 사육, 숙성, 가공 등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해 한우 품질을 표준화한 뒤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설로인은 온라인 D2C에서 3배 이상 성장을 거듭해 연간 매출액이 200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설로인은 소비자 거주지에 따라 새벽배송, 일반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2C 사업뿐만 아니라 설로인이 갖고 있는 육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내년 초 B2B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설로인은 지난 2월 한국산업은행, 하나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C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유치액 620억원을 달성했다.
■ 입점 수수료 절감‧고객 DB 확보‧자사몰 운영 등 '일석삼조' 효과
정육각, 설로인, 동원 등이 이처럼 축산 D2C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내 육류 소비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육류 소비구조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31.9kg에서 54.6kg으로 약 71% 증가했다. 연간 2.9%씩 오른 셈이다.
또한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소비 채널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D2C 사업은 △입점 수수료 절감 △고객 데이터베이스(DB) 확보 △자사몰 운영 등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같은 식자재라도 ‘갓 잡은’ 신선한 제품에 눈이 가고 손이 간다"며 "신선 제품이 소비자가 지갑을 더 활짝 여는 추세를 감안할 때 이들 업체들은 소비자 특성에 발맞춘 '맞춤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만 신선 식품은 소비자마다 만족도와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많아지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축산 D2C 기업이 아직 많지 않아 신규 업체로서는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