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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가 뭐길래'...삼성전자와 인텔 장비 확보에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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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6.09 05:00 ㅣ 수정 : 2022.06.09 05:00

반도체 첨단공정에 필요한 EUV 인기 크게 치솟아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생산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업체 EUV 확보 위해 잰걸음
이재용 부회장, 지난해말 이후 6개월만에 네덜란드 ASML 방문 예정
SK하이닉스, 2025년까지 약 5조원 투자해 EUV 장비 반입 목표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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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lithography systems [사진 = ASML 홈페이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도체 산업에서 설비가 중요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더 좋은 설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설비가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첨단화가 7nm(나노미터·10억분의 7m)를 뛰어넘어 최근에는 1.8㎚ 공정까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초미세공정에 적합한 EUV 노광장비에 반도체 노광장비 일종인 EUV(극자외선, Extreme Ultraviolet) 장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에서 EUV 비중이 6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EUV 장비 도입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은 너도나도 EUV를 사기 위해 ASML에 줄을 서며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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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사진 = 연합뉴스]

 

■ EUV 장비 수요 ‘고공행진’

 

반도체 제조 과정에 매우 중요한 공정 중 하나가 리소그래피(Lithography)다. '노광'이라고도 불리는 리소그래피는 설계한 회로 패턴을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에 전사하는 과정이다.  전사(轉寫)는 이미지나 정보 등을 옮겨 담는 것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면 카메라를 이용해 필름을 현상하는 원리와 같다.

 

기존에는 DUV(심자외선·Deep Ultra Violet) 공정이 주축을 이뤄왔다. DUV는 ArF(불화 아르곤, 파장 193㎚)를 광원으로 사용해 회로패턴을 웨이퍼에 전사하는데 필요한 회로 선폭이 36㎚가 한계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얇을수록 저전력·고성능 특징을 나타내기 때문에 같은 웨이퍼 면적일지라도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DUV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회로를 여러차례 나누는 방식 ‘멀티 패터닝 공정 활용’으로 7㎚까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생산 시간과 원가 상승, 추가 장비 투입 등을 고려할 때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DUV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기술이 EUV다. EUV는 가시광선보다 파장 길이가 짧은 13.5nm 광원을 활용해 웨이퍼에 회로패턴을 새기는 방식이다. DUV보다 10배 이상 짧아진 파장을 통해 멀티 패터닝 기술 없이 미세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멀티패터닝(Multi-Patterning)은 회로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멀티 패터닝을 통해 만들어진 패턴에 비해 EUV 공정으로 형성된 패턴은 품질이 더 우수하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업계 관계자는 “멀티 패터닝 기술을 적용하면 공정 수가 증가하는데 이는 메모리가 최종적으로 제조돼 나오는 시간도 길어지고 늘어난 공정 수에 대비하는 장비 등 여러 비용이 더 추가된다"며 "결국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EUV 공정을 적용하면 이에 필요한 필수 장비가 값비쌀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장비들이 또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은 발생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EUV가 더 이득이기 때문에 향후 흐름은 EUV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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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인 지난 7일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UV' 장비 수급에 발 벗고 나서는 기업들

 

EUV 장비는 비단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 모두 욕심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인 지난 7일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행선지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가 거론된 점도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ASML은 EUV 광원을 이용한 노광장비를 개발·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과 EUV 관련 회담을 가졌다.

 

이 부회장이 6개월만에 다시 서둘러 협력사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그만큼 EUV 장비 중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인텔도 ASML의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하이) NA) EUV 노광장비 '트윈스캔 EXE:5200' 5대를 2024년 독점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 NA EUV 장비는 기존 EUV 장비외 비교해 빛이 나오는 렌즈 구경을 확대해 더 세밀한 회로 작업을 할 수 있다. TSMC와 삼성전자도 뒤늦게 하이NA EUV 확보에 뛰어들어 2025년이 되어야 장비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도 오는 2025년까지 4조7500억원을 투자해 EUV 장비를 본격적으로 들여오려는 계획을 세우며 EUV 장비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인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투입해 반도체 성능 및 공정 수율을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의 지난해 EUV 장비 판매량은 △1분기 7대 △2분기 9대 △3분기 15대 △4분기 11대로 총 42대다.  이는 2020년 31대 대비 11대 증가한 것이다. ASML 측은 올해 EUV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약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5년에는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에서 EUV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해 생산 가능한 EUV 장비 수는 한계가 있다. EUV 노광 장비는 1년에 45대 안팎으로 생산되지만 이를 사들이려는 기업은 줄을 섰다 보니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베닝크 CEO는 올해 초 “반도체 제조 장비를 지난해에 비해 올해 더 많이 생산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출하량을 늘리려고 하지만 EUV 노광장비 공급량 증가가 향후 2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ASML이) 생산능력을 50%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생산능력 확대에 대한 방안도 검토했지만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EUV 장비 확보에 힘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급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는 원래 수급이 어려워 연간 캐파(CAPA, 생산량)가 몇십대 수준”이라며 “그러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갑작스럽게 수십대가 필요하니 구매하게 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해놓고 그 스케줄에 맞춰 장비를 들여오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기본적으로 공급처와 스케줄을 협의해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급처도 기한 내 납품 가능한 수준으로 약속을 맺어 ‘공급난이다’, ‘수급난이다’라는 표현을 EUV 장비에 적용하는 것은 확대해석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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