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韓 증시 "제한적"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것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번 금리인상이 주식시장에 약간의 경계심은 잔존하나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팬데믹(대유행) 위기 이전 수준인 연 1.25%로 올렸다.
한은은 지난달도 0.25%로 재차 인상했다. 2007년 7월과 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두 달 연속 인상이다.
한국은 고물가 몸살을 앓는 중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4.8%로 치솟으며 5%선 돌파를 앞뒀다.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아울러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는 데다 미국의 빅스텝으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우려되는 상태다.
한은은 물가 안정 목표치로 2.0%를 잡지만 현재 물가 상승률은 한은 목표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면 고금리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으로 2~3차례 추가 빅스텝(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상황에서 금리 매력까지 떨어지면 한국에 투자할 요인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고물가 부담에 눌린 이후 오는 7월까지 인상이 단행되며 ‘통화정책 완화’ 정도가 이제 중립인지 아닌지 논란 속에 추가 인상에 대한 논의가 심화할 것으로 판단했다.
물가안정 대응관점으로 보면 10월보다 8월까지 연속 인상기조를 이어갈 수 있으나 미국 연준도 6월과 7월까지 빅스텝 정도에서 9월에는 ‘베이비스텝’으로 회귀할 정도의 분위기를 고려한 전망 경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은 중립금리를 2% 내외로 추정해 연내 2.25%까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완화적 수준’이 아닌 영역 정도로 평가된다”며 “물가는 내년에 2% 내외로 안정될 것을 고려 시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6일 “빅스텝을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성장보다 물가를 보고 있다며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시장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빅스텝 가능성은 작게 봤다. 효용보다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봐서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였다.
빅스텝 인상 필요성의 근거는 국내 물가상승 압력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다. 환율은 단순 금리차보다는 한미 간 성장률 격차가 더 큰 영향을 준다. 국가의 펀더멘털 여건이 화폐가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가 데뷔전이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금통위라는 점에서 불확실성 요인은 다수지만 임기 초 시장 민감도를 확인한 이벤트로 인해 정제된 발언을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전방위적인 물가상승 압박이 커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며 “미국의 물가 상승세도 거센 데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해있고 그 인상 폭도 클 수 있다는 부분에 우리 입장은 점진적이면서 지속해서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및 코스피지수 조정에 따른 일부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확대될 수 있으나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해 고민해왔고, 충격이 있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번 금통위 금리 인상에 이어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발표한 부분이 있고, 현재 물가를 볼 때 올려야 하는 구조다”며 “다만 빅스텝 과정이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번 인상 결정만으론 주식시장 전망이 암울하다거나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