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재계 ‘뜨거운 감자’ 이재용 사면, 文 대통령 결단에 ‘촉각’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4.26 17:00 ㅣ 수정 : 2022.04.26 17:00

재계, 국내경제 활성화를 위해 석가탄신일에 이 부회장 사면 요청
문 대통령, 재계와 국가경제 활성화 요청에 화답할 지 여부에 관심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이후 국민의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이제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나긴 했으나 그의 경영 행보에 여러 제약이 따르는 탓에 경영 일선에 뛰어들지 못하는 양상이다.

 

문 정부 하에 사면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석가탄신일(5월8일) 특별사면이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5단체는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시켜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가 경제가 어려운 만큼 주요 기업들의 수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가 중대한 경제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경제악화, 투자활성화 등을 이유로 사면 요청이 이어졌으며 실제 사면이 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여당은 대선공약으로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 양형강화 및 대통령 사면권 제한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재계 의견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image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은 지난 25일 이재용 부회장 등 일부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 법무부에 제출했다. [사진 = 픽사베이]

 

 

■ 재계, 이재용 부회장 사면 촉구에 뜻모아

 

이 부회장은 2020년 1월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회삿돈으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그해 8월 13일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사면은 남은 형을 면제해 주지만 가석방은 형을 채울 때까지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부회장은 1·2심 재판을 진행하며 1년가량 복역했고 파기환송심 결과로 재수감된 7개월까지 총 형기의 60%를 채웠다.  그는 남은 40% 기간 동안  법무부의 보호관찰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취업제한 조치 유지와 더불어 1개월 이상 국내·외 출장 시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기업인으로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은 경영활동에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관련 재판까지 병행하고 있어 사법리스크에 따른 경영활동 제한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재계는 물론 경제계에서 그의 사면·복권 필요성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최근 문 정부에서 사면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경제5단체는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한국무역협회(무협)·중소기업중앙회(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등은 지난 25일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통합이 필요한 시기에 ‘치유와 통합의 정치’를 기대하는 바람을 담아 이 부회장 등 일부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 법무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세계 경제가 대전환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상황을 우려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4%에서 3.6%,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5%로 하향 조정됐다.

 

이 밖에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의 헌신 필요성과 투명경영, 윤리경영 풍토를 정착하고 신(新)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국민 신뢰와 사랑을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주문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특별사면복권 조치로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는 한편 보다 높은 차원의 국민통합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image
[사진 = 픽사베이]

 

■ 사면을 둘러싼 엇갈린 시선

 

우리나라 헌법 제79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즉,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남용하면 수사기관과 사법부 역할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신중하게 행사해야 하는 권한이기도 하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경제악화, 투자활성화 등을 이유로 한 경제계 요청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사면 절차를 밟아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김석현 전(前) 쌍용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이 사면 대상에 선정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임기 첫해부터 대기업 총수들의 대대적인 사면이 이뤄졌는데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듬해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1인 사면이 진행돼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뜻에 따라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태원 SK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만이 사면 대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처럼 역대 정부에서는 적든, 많든 경제인 사면이 이뤄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달랐다. 대선 후보 시절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범죄자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인 현재까지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이번 경제5단체 주문에 대해서도 사면에 대한 각계 요청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국민 지지나 공감대 여부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언급하며 현재로서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선에서만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한 사면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풀이도 있다. 

 

이 부회장 사면을 지켜보는 경영학자 시선에는 온도차가 있다. 우선 재계 의견처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단행돼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기업 M&A(인수합병)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는데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5년 전 전장회사 ‘하만’ 인수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할 M&A가 없지 않은가. 빅테크 기업은 신생기업, 성장산업과의 M&A를 통해 성장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형사처벌, 재판 등은 세계적인 기업들에 투자를 할 때도 제약이 많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나 기업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삼성전자의 성장은) 국가발전에 분명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 부회장 사면이 아닌 우리나라의 독특한 ‘대기업 체제’라는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경영자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특정 인물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있으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거버넌스(Governance, 지배구조)가 뒤떨어졌다"며 "한국에만 있는 재벌체제라는 독특한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면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가탄신일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0여일. 촌각을 다투는 시간 속 재계는 온통 문 대통령의 결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