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때문에 상품이름, 브랜드에서 사라지는 영문명 Z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영문명 Z가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에서 Z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지를 의미하는 상징으로 떠오르자 상품명과 브랜드에서 Z를 사용하기를 꺼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기 폴더블폰 시리즈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의 제품이름에서 영문명 Z가 사라진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서 영문명 Z를 뺀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트3국에서 치솟고 있는 반러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아무 상관없는 삼성전자가 공연히 제품이름에 Z를 붙여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에 대한 지지로 엮이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50년 역사의 스위스의 취리히 보험 역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영문명 Z 로고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사용을 포기했다.
파란 바탕에 흰색 Z문자를 로고로 사용해온 스위스 취리히 보험은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Z로고를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어 당분간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Z 사용에 대해 극도로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Z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 지지를 의미하는 상징물로 러시아 전역에서 광범위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Z가 언제부터 러시아와 푸틴을 상징하는 상징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Z는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러시아 전차, 장갑차에는 어김없이 Z문양이 붙어 있으며 푸틴 지지 시위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Z는 러시아어로 ‘승리를 위해’를 뜻하는 ‘자 포베두(Za pobedu)'의 첫 글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과 우크라이나가 위치한 서쪽을 의미하는 ’자파드(Zapad)‘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이 분분하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Z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한 관리는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Z는 러시아의 통합을 상징하며 우리 군대와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의미한다“고 밝혀 Z문양과 러시아 정부간의 관계를 부인하지 않았다.
3월초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년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러시아 기계체조 선수 이반 쿨리아크는 시상식에서 Z표시를 가슴에 달고 나타나 체육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Z문양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독일 니더작센주와 바이에른 당국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동의어로 인식되는 Z기호 표시를 자동차나 건물에 사용할 경우 최고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금지시켰다.
독일 내부에선 나치의 상징물인 하켄크로이츠와 Z를 거의 동일시하는 분위기다.
2차 세계대전 패배이후 철저한 반성을 보이고 있는 독일에서는 하켄크로이츠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영화 고증 등 극히 예외적인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나치즘을 선전하거나 광고하기 위해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3년이하 징역형에 처하거나 벌금형을 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