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OLED 뚝심’, TV용 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1위로 결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LG디스플레이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에서 세계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LG의 OLED 뚝심이 끝내 시장에서 통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2010년대 시장에 진입한 OLED TV는 한때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업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LG는 달랐다.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차별된 제품 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오히려 OLED TV 출시 시기를 앞당길 것을 주문했다.
LG는 LCD(액정표시장치) TV가 지배하는 시장 생태계에서 외면 당한 OLED TV를 굳건하게 밀어붙였고 그 뚝심이 끝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왔다.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OLED TV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던 삼성전자 마저도 최근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 만큼 TV 시장 대세 흐름은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로 옮겨가고 있다.
■ OLED는 왜 TV 시장 대세로 떠올랐나
OLED의 학문적 정의는 2개 전극 사이에 여러 층의 유기 박막 구조로 이루어진 매우 얇은 자기 발광 장치다.
쉽게 설명하면 LCD는 빛이 필터를 통과해 색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뒤에서 빛을 제공하는 ‘백라이트’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OLED는 액정 내 소자들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별도의 백라이트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
OLED는 구조가 LCD보다 훨씬 더 단순해 두께가 비교적 얇고 모든 사물 색상을 실제처럼 표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미지와 색상을 자연스럽게 묘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OLED는 최근 LCD를 제치고 TV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지난해 공개한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LCD 비중은 △2015년 98.7% △2017년 95.5% △2019년 94.1% △2021년(전망치) 90.0%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비해 OLED는 △2015년 1.1% △2017년 4.5% △2019년 5.9% △2021년(전망치) 10%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다.
TV 시장에서 OLED 흥행은 OLED 특성과 연관이 깊다.
구부리기는 가능하지만 휘거나 접기 어려운 LCD와 다르게 OLED는 돌돌 말리는 롤러블 (Rollable) 형태, 오목 (Concave)하거나 또한 볼록 (Convex)한 형태까지 다양한 형태로 디스플레이를 제작할 수 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OLED TV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TV를 통한 게이밍, 영화 시청 등 홈 엔터테인먼트가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럽게 TV 화면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눈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눈의 피로와 수면 장애 등을 야기하는 블루라이트(청색광)가 LCD보다 대략 50% 적은 OLED가 주목받게 됐다.
이에 따라 TV 시장에서는 LCD 시대가 저물고 OLED 시대가 대세가 되는 등 TV 세대교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LG OLED, ‘TV 세대교체’ 이끄는 일등 공신으로 우뚝
OLED TV 세대 교체 중심에는 LG가 있다. 2010년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OLED TV 선보였고 LCD가 주름잡던 TV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외로 OLED는 다른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TV 개발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시절부터 OLED TV 생산에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OLED TV가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 등 기술적 문제가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LCD에 주력했고 세계 시장에서 다투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당시 TV 시장을 이끌었던 LCD 생산에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가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했다.
LG디스플레이는 △4K(3840x2160) HDR OLED △두께 4mm가 채 안 되는 월페이퍼 OLED △세계 최초 8K(7680x4320) OLED △세계 최초 롤러블 OLED △OLED 에보 등 대형 OLED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LG디스플레이의 이 같은 노력은 OLED TV 첫 출시 10여년 만에 ‘TV용 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1위’ 타이틀 탈환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23.8%를 달성해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는 △BOE 20.6% △차이나스타 18.3% △HKC디스플레이 9.2% 등 중국 업체가 이어갔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세계 1위(옴디아 기준)를 꾸준히 유지했으나 지난해 1분기 점유율 18.2%를 기록해 BOE(22%)에 밀렸다. 그해 3분기까지 2위에 머물던 LG디스플레이는 4분기 맹활약으로 1위를 되찾았다.
옴디아는 OLED 패널 판매량 증가를 1위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패널 판매량은 230만대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다 성적표다. 또 같은 기간 OLED TV 패널 매출은 14억5000만달러(약 1조7600억원)로 2020년 4분기 대비 28%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OLED TV 패널 판매량 자체도 전년 대비 65% 증가한 740만대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29조8780억원, 영업이익 2조230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최고 성적이며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를 거머쥐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을 이미 10년 이상 진행해 가격 경쟁력, 규모의 경제, 고객 기반 등에서 (삼성과 비교해) 우위에 있다"며 "경쟁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TV 시장에서 OLED로는 LG디스플레이를 따라올 자가 없다. 다만 경쟁업체들도 최근 OLED TV로 세대교체 과정에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QD-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를 탑재한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OLED TV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업체들은 OLED 양산까지 수 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LCD 시장에서 저가 공세로 한국 기업들을 내몬 전력이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OLED TV 패널 쟁탈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본격화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