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당선시 최우선 과제로 소상공인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통받는 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경기 회복도 유도하겠단 계획이다.
여야 후보들이 이를 위한 각종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제적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물론 신용사면 등 금융 지원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고 업계도 환영의 뜻을 내치고 있다. 다만 공약 이행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재정 마련 방안 제시 등은 과제로 남아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한국형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도입을 통한 손실보상 △지역화폐 확대를 통한 매출 회복 지원 △대환 대출·무이자 대출 확대 △각종 위약금 완화·면제 지원 △임대료 부담 완화 △중소벤처기업부 내 소상공인·자영업 전담 차관 시설 등을 소상공인 공약으로 제시했다.
먼저 이 후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해 ‘온전한 손실보상’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방역 체계에 따라 지원 여부가 바뀌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단 구상이다.
그는 “가게 문을 닫고 난 뒤에 뒷북치는 사후가 아니라 급하고 힘들 때 적재적소의 지원을 원칙으로 하겠다”며 “지금까지 유지해 온 지원과 보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보다 더 신속하게, 보다 더 도움이 되는 지원으로 일대혁신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금융 지원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빚으로 위기를 버티는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 대사면’을 예고했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고금리 대출로 밀려나고, 다시 연체가 쌓이는 악순환을 조기에 차단한겠단 설명이다. 이를 소상공인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업한 소상공인이 부담해야 할 임대계약·가맹계약·대리점계약 등 계약해지권을 보장하고, 위약금을 완화하거나 면제하도록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다. 소상공인에 가장 부담으로 작용하는 임대료에 대해서는 제도 도입으로 인하를 유도하겠단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사업체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정책 마련을 위해 전담 차관직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매뉴얼 마련으로 위기 상황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후보의 소상공인 공약은 고통 절감과 재기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위기 극복의 ‘총사령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 정책으로 손실을 입은 국민은 국가가 나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업계도 이 후보를 비롯한 대선 후보들의 소상공인 공약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선 후보를 비롯해 국회 주요 정당에서 신속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지원 확대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에 환영한다”며 “피해 지원안이 신속히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에 봉착한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는 각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다만 공약 및 정책 실행을 위해선 시장 합의와 재정 마련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어디에 얼마를 쓸 거고, 누구에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구체적 실행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먼저 신용 대사면의 경우 정부와 금융권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평가 모델이 구축되지 않은 데다 자칫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정부 압박으로 금융권이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정부 쪽 요청이 있으면 금융권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차주의 신용도 하락을 번복한다는 건 금융권 입장에선 리스크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곧바로 긴급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가능하면 긴급재정명령을 통해서라도 5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지원을 즉각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 후보는 확장 재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위기 상황엔 재정이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현 정부와 인식을 함께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낮은 편인 점, 경기 회복에 따라 국세 수입이 늘고 있는 점 등이 주된 이유다.
다만 추경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현재 정부가 편성한 추경 규모는 14조원이지만 여야는 더 늘려야 한다며 힘 힘 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국채 발행을, 야당은 세출 구조조정을 재원 마련 방안으로 각각 내세우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통과한 올해 본예산을 조기 집행할 수도 있는데, 아무리 급하다고 연초부터 추경을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여러 자료에 기반한 심도 있는 추경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대선 후보 중심으로 얘기가 나오는 건 국회가 견제권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국채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부분인 만큼 극히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며 “예산이 수반돼는 대선 공약에 대해서는 재원 조달 방법도 동시에 발표하도록 공직선거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이 풀릴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어떻게 억제할 건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 자칫 통화-재정간 엇박자가 날 수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당 규모의 확장 재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재정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가능한 취약 부문에 집중하면서 규모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재정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