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엄벌” 이재명, 투자자 표심 잡기···코스피 5000은 ‘글쎄’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2.10 07:49 ㅣ 수정 : 2022.02.1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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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증시 공약을 통해 투자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투명한 시장과 소액투자자 보호, 각종 인센티브로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단 계획이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겠단 공약도 내놨다. 

 

불공정 엄벌과 투자 활성화를 꾀하는 이 후보 공약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다만 매번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내용인 데다, 제도 보완만으론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후보의 증시 공약은 투명성 제고와 시장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 그간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각종 제도 보완을 약속하며 투자자 이익 증대 및 시장 성장을 유도하겠단 뜻이다. 

 

먼저 이 후보는 지난달 11일 열린 ‘신(新)경제 비전 선포식’ 발표에서 대대적인 ‘금융 개혁’을 예고했다. ‘동학개미 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들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이 후보는 불법 행위에 대한 강한 제재와 투자 활성화 촉진으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주식 시장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공정 해소를 위해선 주가 조작이 적발되면 다시는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제시했다. 또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 차단으로 소액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겠단 계획이다. 

 

아울러 이 후보는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임원 8명이 상장 후 스톡옵션 매각으로 수백억원대 수익을 올린 걸 저격한 것이다. 

 

이 후보는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세제 혜택을 늘리고 공모주 공약 시 개인에 대한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공공·민간기금 투자 활성화 촉진으로 시장 성장을 견인하겠단 비전도 밝혔다. 

 

주식 시장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에 대해서는 부문 개선에 무게를 뒀다.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기간이 다른 점 등을 반영해 형평성 확보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공매도 폐지를 추진하지 않은 건 외국인 투자자 이탈 우려를 고려한 걸로 풀이된다. 

 

특히 이 후보는 시장 질서 정립와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증시 활황에 3000선을 돌파한 바 있는데, 2000포인트(p)가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불공정 행위 엄벌 등 이 후보 공약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경우 투자자 유입으로 이어져 전체 주식 시장 성장도 일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공약이 시장 전체를 급격히 성장시키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특히 코스피 5000 달성의 경우 현실 가능성에 의문이 붙는다. 한국 주식 시장은 과거부터 대외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인데,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어지지 않는 이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이슈들로 투자자들이 실망한 게 있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한다면 주식 시장에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수출을 해서 돈을 벌고, 이게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오면 지수에 반영되는 구조다. 대통령이 누가 돼서 (지수를)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가상자산 관련 공약도 투자자들에겐 관심이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도 시장 질서 구축 및 투자자 보호를 내세웠다. 

 

먼저 가상자산 투자자와 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화를 서두르고, 상장 기준 및 공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가상자산 공개(ICO)와 증권형 가상자산 발행·공개(STO)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는 투자자들에 예민하게 작용하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 시기를 늦추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 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며 “관련 법률안을 논의해 제정안을 입법하는 것이 우선이다. 과세는 그때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는 매번 대선 때마다 나오는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다. 취지 자체는 좋지만 표면적 공약이 아닌 실물경제와 연계한 전략, 불공정을 뿌리 뽑기 위한 근본적 제도·체계 손질이 우선돼야 한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관행이나 허술한 제도를 고치는 건 당연한 얘기다. 지금까지 대선 공약으로 수차례 나온 내용”이라며 “시장이라는 게 실물경제를 반영한 건데, 실물경제 이상으로 주가가 올라간다고 하는 것이 꼭 좋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빈 교수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디스카운트된 게 있으면 해소하는 게 맞지만 표면적으로 금융 시장 제도만 바꿔서 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주가 조작이나 기업의 배임·횡령 등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행위에 대해 공정하고 엄정한 사법체계 적용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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