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 (65)] ‘취업제한’ 풀린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총수로서 모더나와 협상해야 하나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1.08.21 06:36 ㅣ 수정 : 2021.08.21 06:36

문 대통령이 안긴 이재용의 과제, 삼바가 생산하는 모더나의 국내 공급/ 정부가 분식회계 의혹 추궁해온 삼바에게 손벌려야 하는 역설적 풍경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 1심 속행 공판 중 점심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가석방 이후 빠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모더나 역할론’이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지만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가석방된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조항에 개의치 말고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하라는 주문으로 해석됐다. 진보정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가석방 반대 및 취업제한 논란을 단칼에 잠재워버린 발언이다.

 

문 대통령의 요청은 두 가지이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둘째, 모더나 공급지연 사태 등으로 꼬인 코로나 백신수급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 문 대통령이 공언한 모더나 백신 4000만회분 중 6.1%만 들어와 / 2차접종률 70% 달성 여부는 모더나 수급에 달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절박한 것은 후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는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2차 접종율은 19.5%에 불과하다. 게다가 백신수급 상황이 원활치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모더나사 CEO와 화상 통화를 통해 올해 4000만회분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16일까지 도입된 모더나 백신 물량은 245만5000회분에 그쳤다. 약속된 물량의 6.1%에 불과하다. 게다가 7월 물량은 연거푸 지연되고, 8월 물량은 ‘반토막’ 공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정부 대표단이 모더나 본사까지 찾아갔으나 ‘빈손 귀국’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게 된다. 정부는 삼바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을 국내에 우선 공급하기 위해 모더나 측과의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삼바와 모더나와의 계약내용상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또 해결사가 돼야 한다. 이 부회장이 삼바가 위탁생산하는 모더나 백신 물량중 상당 부분을 국내에 우선공급하는 쪽으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게 문 대통령의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이미 화이자 백신 공급과정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화이자 백신 협상이 난항할 때 이 부회장이 화이자 고위인사와의 논의를 통해 물꼬를 텄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정부가 매달려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19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재판에 출석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삼바와 모더나 간의 기존계약을 조정해 위탁생산물량 중 상당수를 국내에 우선공급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려면 삼성그룹의 총수 자격으로 일해야 한다. 개인자격으로 모더나와 협상을 벌일 수는 없다. 명실상부한 경영복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엄청난 일감’ 안겼는데, 법무장관이 딴청 부릴 수 없는 상황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는 ‘취업제한’ 위반일까. 아니다. 법무부와 박범계 법무장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복귀가 ‘취업제한’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연 이틀째 강조하고 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엄청난 일감을 안겼는데 법무장관이 ‘취업제한’에 해당된다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박범계 장관은 지난 19일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면서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취업제한 위반에 해당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취업이라 보긴 어렵지 않느냐”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이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면서 “주식회사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서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무보수이므로 취업이라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등기 임원이라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을 합법적인 행위로 해석한 것이다. 

 

■ 금호석화 박찬구 회장은 ‘등기 임원’이라 ‘취업제한’ 대상...이재용 부회장은 ‘미등기 임원’이라 취업 아냐

 

법무부는 20일 박 장관의 유권해석을 뒷받침하는 보충자료까지 내놓았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취업제한 관련 소송 1심 판결을 분석한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판결을 확정받았다. 특경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법무부는 박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듬해 '금호석유화학이 취업제한 기업체이므로 승인신청을 하지 않으면 형사조치가 진행된다'고 통지했다. 이에 박 회장 측이 취업승인을 요청하자 이를 기각해버렸다. 

 

박 회장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취업을 불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2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취업제한은 특정경제범죄 행위자에게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기업체에서 일정 기간 회사법령 등에 따른 영향력·집행력을 행사·향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부는 박 회장 판결에서 강조된 ‘영향력·집행력’을 상법 및 회사 정관에 의해 권한과 의무가 부여되는 ‘대표이사·등기이사’의 영향력·집행력으로 해석했다.

 

반면에 미등기임원인 이 부회장의 경우 회사 경영에 영향력·집행력을 행사하는 데 제한이 있어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취업'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인 것이다. 

 

한 마디로 이 부회장이 앞장 서서 모더나 백신 공급 지연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무부가 ‘열공’하는 상황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