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재용 가석방으로 보는 삼성의 미래

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8.13 17:18 ㅣ 수정 : 2021.08.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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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법무부는 9일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했다. 이는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지 207일만이다.

 

이번 가석방에는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그의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정부와 법조계 모두 이 부회장의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한 셈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소 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스마트폰 등 삼성의 주요 사업부문들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혁신적인 경영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개최한 ‘2030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오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메모리반도체 분야 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의 계획과 시장의 기대와 달리 유의미한 투자나 인수합병(M&A)은 부재한 상태다. 구체적인 실행력도 부족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7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전장업체 하만 이후 5년째 대규모 M&A가 이뤄지지 못했으며 지난 5월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밝힌 20조원 규모의 미국 내 추가 설비 투자는 후보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스마트폰 판매량 글로벌 1위의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에게 지난해 4분기 1위를 넘겨줬다. 이는 5년동안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지켜오던 삼성이 매출과 판매량에서 모두 애플에게 밀린 것이다. 밑에서는 중국의 샤오미가 무서운 기세로 삼성을 추격하며 올 2분기 인도·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삼성에게 투자 및 M&A를 통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인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사장단 등 주요 경영진과의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시급한 사업 부문을 챙기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은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출소했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제14조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법무부의 별도 승인없이는 해외 출국도 불가능하다.

 

결국 이 부회장에게 요구된 경제적 기여 역할을 하기 위해선 정부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정부가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한 반도체·2차전지·백신 부문은 바로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이재용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만큼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경영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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