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시중은행 임직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 되며 은행들이 점포와 일자리 축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은행들의 임직원 수가 1637명 감소했다. 이중 시중은행의 감소인원은 1244명이었다.
이처럼 은행이 몸집줄이기에 나서자 상반기 은행권 공채 시장은 얼어붙었다. 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것 외에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공채 소식이 전무했다.
■ 금융권 취업시장은 '문송합니다'?, 돌파구는 있어
다만 디지털 인력은 수시채용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5월 수시채용을 통해 디지털·ICT 인력을 모집했으며 우리은행도 지난달 디지털·ICT 부문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했다. 국민은행도 올해 초 플랫폼 서버개발, 개인여신심사 개발 전문가 등 IT개발 부문에서 전문직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하나은행이 올해 상반기 낸 ‘지역인재 신입행원 공채’ 필기전형에서는 디지털 소양 평가를 위해 TOPCIT(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CT) 비즈니스영역 문제가 나왔다고 알려진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에서 △디지털 사전과제 △온라인 디지털 교육과정(TOPCIT) 의무이수, AI(인공지능) 역량검사 등을 요구해 지원자들이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했으나, 결국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지원자는 최종합격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취업시장에서 이처럼 이과출신 중심으로 채용하는 세태를 빗대어 나온 신조어가 '문송(문과라 최송)합니다'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송' 취준생들은 정녕 시중은행에 입사할 길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디지털 금융인재가 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코딩 및 알고리즘 전문성을 키우면 된다.
하지만 '문송' 취준생들의 고민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연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어느 기관에서 키우면 시중은행의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인재가 될 수 있는지에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5월 실시한 디지털·ICT 수시채용에 ‘삼성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 특별전형’이 포함돼 있었다. 우리은행도 올해 상반기부터 디지털·IT 부문 신입행원 채용 공고에 SSAFY 교육생 및 교육이수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SSAFY는 IT비전공자나 문과 졸업생들의 ICT역량을 키울수 있도록 설립된 민간교육기관이다. SSAFY에서 공부한 문과출신들은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의 디지털인재 채용에 도전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 시중은행 관계자, "은행권에서 SSAFT 수료를 디지털 역량 증명 수단으로 인정하는 추세"/ "상경계 출신으로 SSAFY 수료한 융합형 인재가 리더될 가능성 높아"
신한이나 우리은행뿐만 아니다. SSAFY 수료는 문과출신이 다른 시중은행의 디지털인재 수시채용에도 도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주요한 루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비자들의 금융소비 패턴이 디지털뱅킹으로 급격하게 이동할뿐만 아니라 빅테크, 마이데이터 금융플랫폼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디지털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라면서 "하지만 대학의 전공이나 학력을 따지지 않는 디지털인재 수시채용도 적지 않기 때문에 문과 출신은 SSAFY 수료 등을 발판으로 삼아 도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SSAFY 수료는 디지털 역량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는 추세다”라며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우대사항이나 채용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금융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SSAFY가 문과 출신 취준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핵심 경력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권이 디지털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경제, 경영 지식 및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력 역시 인재의 조건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따라서 전통적인 은행원의 능력에 ICT 전문성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T기술만 가진 이공계보다는 SSAFY에서 코딩이나 알고리즘 전문성을 겸비한 상경계 출신이 디지털금융시대의 리더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인 것이다.
■ 삼성전자가 설립한 SSAFY, 1년간 소프트웨어 역량 무료 교육
‘삼성소프트웨어아카데미’는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운영하는 아카데미로, 양질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취업경쟁력 강화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 29세 이하 국내외 4년제 대학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 미취업자가 대상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며 입과후 1년간의 SSAFY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1학기에는 알고리즘 기반의 몰입형 코딩교육을, 2학기에는 프로젝트 기반의 자기주도형 학습을 통한 실전형 교육이 진행된다.
전공은 무관하고 교육 전과정 무료로 진행되며 매달 100만원의 교육지원비를 제공한다. 최근 모집한 6기는 900명이 선발되었고 7월부터 1년간의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