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규모로 커진 동학개미 공매도 시장 출범, 개인의 힘 보여줄까
[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5월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종목, 즉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우선 재개된다. 한시적으로 금지되던 공매도가 재개되는 것에 맞춰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경로가 대폭 확대된다. 개인 투자자가 20일 시행되는 사전교육과 모의투자를 이수하면 투자자의 각 조건에 따라 특정 한도 내에서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된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추후 주가가 하락하면 해당 주식을 싼 값에 구매해 결제일 안에 주식대여자(보유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일반적인 투자가 추후 주가가 상승할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면, 공매도 투자의 경우엔 추후 주가가 하락할 종목을 잘 선택해야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개인은 외국인·기관에 반해 주식차입이 어려워 실제론 공매도 기회가 차단돼 왔다.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다. 주식 대차는 통상적인 금전 대차에 반해 위험이 크다 보니, 담보력과 신용도가 높은 기관을 중심으로 공매도 거래가 주로 이뤄졌다. 증권사들도 수익이 높지 않고, 결제위험 관리가 어려운 개인 대상 주식 대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증권금융이 결제위험을 부담할 수 있도록 개인대주(주식 대여) 제도를 확대 개편했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새로운 개인 대주제도를 소개했다.
■ 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 종목 전체 주식대여 가능 / 과거 205억원 규모에서 2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위는 다음달 3일부터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인 새로운 개인대주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과거에도 개인 투자자는 개별 증권사가 제공하는 대주 제도를 통해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취급 증권사와 대주 물량이 부족해 사실상 제약을 받아왔다.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2월 말 기준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단 6곳에 불과했다. 또, 대주 규모는 205억원(393종목)에 불과했다.
새로운 개인대주시스템에 따르면 신용융자를 취급하는 28개 증권사 모두 대주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회사별 전산개발 일정을 고려해 공매도 부분 재개가 시작되는 다음 달 3일엔 28개사 전부가 아닌 17개사가 선제적으로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 대부분은 다음 달 3일 서비스를 개시한다. 그밖에 나머지 11개사는 연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공매도가 용인되는 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 구성 전체 종목에 대해 대주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액으론 2조4000억원의 규모다. 개인 공매도 시장 규모가 100배 정도 커지는 것이다.
개인 대주 상환기간은 기존처럼 60일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개인들의 상환 기간이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활용하는 대차 시장과 견줘볼 때 짧다는 지적이 일자 상환 기간 추가 부여를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물량 잠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기존의 기간의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기관 간 대차의 경우 주식 반환을 요구받을 경우 즉시 반환 의무를 지게 된다”며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기관과 달리 최장 60일의 차입 기간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신규 투자자 모의거래·사전교육 의무화 및 한도 3000만원 / 공매도 거래 2년 이상이면 무제한 투자 가능
금융당국은 공매도에 낯선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유의사항도 안내했다.
과거의 공매도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는 20일부터 모의거래 1시간 및 사전교육 30분을 이수해야 한다.
또, 투자 경험에 따라 차등화된 투자 한도가 주어진다. 신규 투자자는 3000만원 한도 내에서 공매도 투자를 할 수 있다. 공매도 거래 기간이 2년 이상이거나 전문투자자의 경우엔 한도 제한 없이 투자가 가능하다. 더불어 거래 횟수가 5회 이상이면서 누적 차입 규모가 5천만원 이상이면 7천만원까지만 가능하다.
공매도 관련 규제 사항은 개인 투자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공매도 거래에 따른 순보유잔고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엔 금융당국에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또, 유상증자 계획이 공시된 다음 날부터 발행가격이 결정되는 날까지 해당 주식을 공매도한 경우 유상증자 참여가 제한된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대주 시장 확대로 투자 전략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개인 공매도 활성화가 오히려 개인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대표적인 급등주인 테슬라의 공매도 투자자들은 지난해 401억달러(약 44조원)의 손실을 봤다.
■ 금융업계 관계자, "개인 고객에게 공매도 안내 중" / 증권업계 관계자, "밸류에이션 높은 종목을 적정가격으로 수렴하게 할 것"
그러나 금융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매도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열심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금융당국에서 준비된 것들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들이 공매도 법안에 대해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고객 안내에 충분한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고객들이 규제 부문에 있어서 필요한 안내나 고지 등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양식들이 변경돼고 있고, 거의 완료된 상태고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선 적정하게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인 대주제도를 기반으로 고객을 판단하는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고객들을 판단하는 데 있어선 신용불량자와 교육이수 여부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시장 측면에서 보면 순기능이 많다”며 “차액거래나 밸류에이션이 높게 선정된 종목을 적정가격으로 수렴하게 한다며 이런 점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특정 종목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시장 전체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다”고 공매도 제재를 둘러싼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