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슬 기자 입력 : 2020.12.01 08:02 ㅣ 수정 : 2020.12.02 08:20
롯데호텔 “한국롯데호텔이 긴시초 지점 홈페이지 직접 관리 못해” / 문제의 지도는 구글 지도 시스템이 제공/'롯데=일본기업'이라는CI혁신이 필요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최근 롯데호텔의 국내 호텔 홈페이지 지도에 ‘동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롯데시티호텔 일본 ‘긴시초’ 지점의 홈페이지에서는 일본어, 중국어, 영문 등의 페이지에서 모두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음이 알려지며 다시금 ‘롯데=일본기업’ 논란이 일었다. 수년 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적 있다.
이는 롯데호텔로서는 '억울한 사건'이다. 문제의 지도들은 롯데호텔이 제작한 게 아니다. 구글 지도 시스템이 사용자의 언어에 따라 '동해' 혹은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호텔이 화살을 맞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등식이 통용되고 있는 탓이다.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기업 이미지(CI) 혁신작업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 롯데호텔의 동해 및 독도 표기 방식은 롯데탓? 사실은 구글 시스템 문제
롯데호텔의 ‘일본해’ 논란을 확인하기 위해 30일 롯데호텔의 홈페이지를 확인해 본 결과. 롯데호텔 한국 지점 11개의 지도에서는 모두 동해로 표기되어 있었다.
지점인 한국의 11개 롯데호텔은 ‘동해’로 표기되고 있었다. 일본어로 홈페이지 언어를 번역했을 때는 ‘東海(동해)’, 영어로 번역하면 ‘East Sea’로 표기되어 문제가 없었다.
롯데호텔의 일본 지점은 ‘롯데 아라이 리조트’와 ‘롯데시티호텔 긴시초’ 총 2곳으로 롯데 아라이 리조트는 국내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일본 내에서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는 롯데시티호텔 긴시초는 동해를 ‘日本海(일본해)’로 표기하고 있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긴시초는 홈페이지의 롯데 로고도 롯데호텔의 로고와 다르다”며 “긴시초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롯데호텔이 홈페이지를 관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일본의 구글맵을 이용해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지도 표기에는 사실상 롯데 책임이 없다. 구글에서 한국을 기반으로 검색했을 때 ‘동해’라 표기하고 있고, 일본을 기반으로 검색했을 때는 ‘일본해’라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구글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는 미국 뉴욕의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의 경우는 홈페이지 내에서 지도를 켰을 때 동해 부분에 어떠한 표기도 없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의 지도에서 동해 부분이 표시가 안 되는지는 한국롯데에서 직접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다”며 “지도 API를 어떻게 따오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롯데=일본기업’ 인식 바꿔야
롯데그룹은 일본기업이라라는 이미지로 지난해 8월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 당시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롯데그룹은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때문에 고착화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롯데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중간 지주사격으로,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 롯데 홀딩스는 이런 호텔롯데의 최대주주(19.1%)이며, 나머지 지분도 모두 일본 롯데그룹이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일본 소유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타계하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일본 불매 운동이 일어나자 롯데그룹의 주류와 생활용품, 쇼핑 등 큰 타격을 받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일본기업이라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지금보다 더욱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다르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기업 중 하나인데, 이번 이슈는 롯데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롯데 국적논란 일으킨 3가지 이슈, 억울한 한국 롯데
지난 2016년 롯데 껌의 태국 광고 사진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전범기 무늬가 배경으로 사용된 광고 사진에 롯데(LOTTE) 로고 밑에 ‘IN JAPAN’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논란은 또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롯데 자일리톨 껌의 패키지에 ‘Japan Brand(일본 브랜드)’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네티즌들은 롯데가 국적 인증을 한 꼴이라며 비난 섞인 댓글들을 남겼다.
마지막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라이벌로 불리던 아사다 마오 선수를 후원해온 사실 때문이었다. 두 선수 간 라이벌 경쟁이 치열했던 당시 아사다 마오 선수 유니폼에 큼지막하게 적힌 롯데는 한국인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롯데는 일본이 운영 중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제과 부문은 우리나라에선 ‘롯데제과’가 일본에서는 ‘(주)롯데’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두 계열사는 외국 현지의 식품회사와 지분을 100% 소유하거나 합작하는 방식으로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에서 국적논란을 일으켰던 태국과 인도네시아 광고는 모두 일본롯데에서 일어났으며, 당시 한국 롯데에서는 일본 롯데에 강력하게 항의해 시안을 내리도록 했다. 아사다 마오 후원 역시 한국 롯데가 아닌 일본 롯데에서 후원을 진행한 것이다.
롯데의 일본기업 논란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슈를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한국 롯데 측에서 억울하게 느낄 수 있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미 한국 소비자에게 고착화된 기업 이미지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논란이 나올 때마다 한국기업을 표방하는 신동빈의 롯데는 적극적인 조처하지 않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누리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