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의료붕괴 운운하며 한국을 비웃기에 바빴던 일본 언론과 지자체들이 뒤늦게 한국의 코로나 대응방식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드라이브 스루 검사와 자가격리자를 위한 구호물품 배부이다.
하지만 실제 일본의 드라이브스루와 구호물품 배부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내용들이어서 일본인들조차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먼저 드라이브 스루로 대표되는 한국의 적극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 대해 당초 일본 언론은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아베 정권 역시 ‘중요한 것은 검사 건수가 아닌 언제라도 검사 가능한 태세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하나마나한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자 수가 한국을 추월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도 PCR 검사 수를 늘리지 못한 채 쩔쩔매는 중앙정부의 실태에 결국 각 지자체들이 독자적으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도쿄는 이번 달 22일에 도(都)내에서는 처음으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시작했고 오사카 역시 23일에 처음으로 시내에 드라이브 스루 검사센터를 마련했다. 검사방식은 한국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문제는 일본인들도 드라이브 스루 검사가 어디서 이루어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검사를 원하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차 방문한 보건소 측이 PCR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드라이브 스루 위치를 당사자에게 알려준다.
심지어 검사도 평일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의 2시간, 주말을 포함한 공휴일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의 4시간 동안만 실시되며 시간당 검사가능 인원은 겨우 4명이다. 이쯤 되면 드라이브 스루의 목적을 일본이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한편 도쿄의 아다치구(足立区)는 이번 달 20일 자가격리 중인 구민을 위해 식료품과 화장지 등의 일용품을 함께 담은 구호물품 상자를 자체적으로 배포했다고 발표했다.
담당자는 재해 시의 원조협정을 맺은 지역 슈퍼와 연계하여 식빵과 인스턴트 반찬, 과일 등과 같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조달하였고 구가 자체적으로 비축하고 있던 마스크와 소독제, 화장지 등을 박스에 한데 넣었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이 구호물품 역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다. 배포대상이 바로 자택에 머물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다. 음성이지만 만에 하나 있을 감염우려를 피하기 위해 임시로 자가격리 중인 사람이 아니라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중증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치료를 거부당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구호물품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매우 도움이 되었다’, ‘(구호물품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같은 반응이었다고 아다치구는 밝혔지만 애초에 환자들을 아무런 치료도 없이 자택에 머물게 한다는 발상에 일본 네티즌들은 이미 의료붕괴가 현실이 되었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뒤늦게나마 한국방식을 따라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에 안간힘을 쓰는 일본이지만 그 대응방식 하나하나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알던 선진국 일본은 어디로 간 것인지 참으로 안쓰럽다.